스티브 로저스와는 또 다른 ‘캡틴 샘 윌슨’의 서사 완성…계승 넘어 우뚝 섰다
![2월 12일 개봉하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어벤져스' 시리즈 속 1대 캡틴 아메리카였던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 분)가 은퇴한 뒤 새롭게 캡틴이 된 샘 윌슨(앤서니 매키 분)이 이끄는 솔로무비다. 사진=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스틸컷](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212/1739327620619473.jpg)
사상 최대의 전투였던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에서 활약했던 샘 윌슨은 캡틴의 자리를 내려 놓게 된 스티브 로저스로부터 방패와 캡틴의 칭호를 물려 받는다. 이후 '인크레더블 헐크'(2008)에서 첫 등장했던 새디어스 로스(해리슨 포드 분)가 대통령이 되고, 그와 재회한 뒤 국제적인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 샘 윌슨은 전 세계를 붉게 장악하려는 사악한 음모 뒤에 숨겨진 존재와 이유를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어벤져스 인기 원년 멤버의 시리즈를 새로운 인물로 대체해 이어간다는 점에서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작품 자체로도, 연기하는 배우의 입장으로도 상당한 모험이자 도전일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먼저 기존의 스티브 로저스에 익숙해져 있는 관객들에게 뉴 캡틴을 소개하는 것과 동시에 작품성과 캐릭터성을 모두 인정받아야 하는 부담이 지적된다.
영화로만 마블 작품을 접하면서 샘 윌슨을 먼저 '팔콘'으로 받아들인 대중들에겐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샘 윌슨의 캡틴 아메리카는 OTT 디즈니+(플러스) 마블 오리지널 시리즈 '팔콘과 윈터 솔져'(2021)에서 먼저 서사를 다져왔다. 이 탓에 드라마를 보지 않은 일반 대중들은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를 100% 이해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마블 스튜디오 측이 "앞으로 제작되는 마블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디즈니+를 통해 공개되는 드라마를 꼭 봐야 한다"고 공언할 정도로 최근 마블 영화는 등장인물의 인간관계와 갈등, 빌런의 과거 등 서사를 전개하는 데 중요한 각종 설정들을 드라마를 통해 먼저 공개한 뒤, 신작 영화를 내놓을 땐 '이미 관객들이 다 알고 있다'는 걸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샘 윌슨의 캡틴 아메리카와 새로운 팔콘은 OTT 디즈니+(플러스) 마블 오리지널 시리즈 '팔콘과 윈터 솔져'(2020)에서 먼저 서사를 다져왔다. 사진=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스틸컷](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212/1739327758305004.jpg)
이 같은 새로운 캐릭터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은 채로 샘 윌슨은 그만의 '캡틴 아메리카'로서의 면모를 다져나가고자 한다. 1대 캡틴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친구로서, 매사 엄숙하고 진지한 그를 대신해 비교적 가벼운 모습을 보여줬던 샘은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캡틴'다운 모습을 지니려 노력한다. 눈앞에 놓인 난관을 헤쳐나갈 때 "스티브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떠올리고, 반대로 다른 이들로부터는 "너는 스티브 로저스가 아니다"라는 말을 들으며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을 맞닥뜨리며 씁쓸해 하기도 한다. 스크린 밖에서 여전히 옛 캡틴을 그리워할 관객들 사이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가 스크린 안에서 선수를 치는 셈이다.
그럼에도 샘은 방패의 무게를 오롯이 받아들이며 '캡틴 샘 윌슨'만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스티브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옛 캡틴이 추구해 온 똑같은 정의를 좇고, 슈퍼 솔져를 만들어내는 혈청이나 초능력이 없어도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 캡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것이다. 무엇보다 샘 윌슨은 스크린의 안팎에서 누군가의 동기가 되고, 그들을 고무시킬 수 있는 존재로서 기능한다는 점이 강조된다는 것이 전작과의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익숙했던 시리즈의 연속이자 서사의 계승이라고만 치부될 수도 있었을 작품은 샘 윌슨이라는 캐릭터를 진정한 '뉴 캡틴 아메리카'로서 소개하는 것과 동시에 입증 또한 완료해 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더라도 그것은 '어벤져스'에 대한 여전한 그리움에서 비롯된 것이지,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에 대한 적극적인 불호에서 말미암은 것은 아닐 것이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에도 마블 스튜디오의 고질병이나 다름없는 CG처리 문제가 지적된다. 사진=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스틸컷](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212/1739327864967321.jpg)
이처럼 레드 헐크와의 최종 대결이 조잡한 배경에 가려지는 것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와 팔콘이 극 중반부 흑막에 맞서 바다와 하늘을 넘나들며 보여주는 공중 액션은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를 대표하는 액션 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각자 비브라늄 날개와 윙 슈트를 이용해 자유자재로 하늘을 날며 전투기와 대적하는 '전 팔콘'과 '현 팔콘'은 '탑건: 매버릭'이 떠오를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공중 액션을 선보이며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캡틴 아메리카이면서도 여전히 팔콘으로서도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샘 윌슨의 차별점이 돋보이는 장면이기도 한 만큼 이 액션 신은 캐릭터에게 있어서도 상징적인 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2월 12일 개봉한다. 영화를 100% 즐기고 싶다면 영화 '인크레더블 헐크',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터널스'와 디즈니+ 시리즈 '팔콘과 윈터 솔져'를 먼저 볼 것. 쿠키 영상은 1개. 118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