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증가와 인프라 부족으로 자충수 될 수도…한진 “검토는 하지만 정해진 바 없어”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한 한진택배 사옥. 사진=연합뉴스](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214/1739512811975465.jpg)
한진에 따르면 2024년 연결 기준 누계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3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매출은 전년 대비 7.4%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023년(1225억 원) 대비 18%가량 감소한 100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2월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판결에 따라 274억 원의 추정 부담분이 일시 반영되면서 감소한 것으로 해당 비용을 미반영할 경우 영업이익 또한 전년 대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물류사업 호조가 매출 상승을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은 지난해 적극적인 해외 진출 추진으로 22개국 42개 곳으로 거점을 확대했다. 해외직구 물량을 비롯한 항공·해상 운임 증가 등으로 해외법인의 실적도 개선됐다. 해외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는 한진은 최근 일본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재팬의 공식 배송사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올해 2월 말부터 국내 판매자들의 일본 시장 진출 지원에 나선다.
다만 한진이 올해 중장기 재무목표인 ‘비전 2025’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진은 2025년까지 ‘연 매줄 3조 5000억 원·영업이익 1750억 원’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진이 올해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올 한 해 영업이익을 74% 이상 끌어 올려야 한다. 한진의 2021년~2023년 연 평균 영업이익 증가율은 12% 수준이다.
게다가 한진은 택배와 항만 하역 부문이 주력 사업이고 해외 사업 비중은 크지 않다. 지난해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진의 택배 사업 비중은 전체 매출의 56.8%, 항만 화물 적하·운송 비중은 34.5%, 글로벌 비중은 8.7% 남짓이다. 절반이 넘는 매출이 택배 사업부문에서 창출되고 있기 때문에 택배 부문의 실적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진이 택배 매출을 늘리기 위해 인프라 투자에 나섰지만 막대한 고정비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진은 지난해 1월 최첨단 스마트 기술과 자동화 설비를 갖춘 대전 메가 허브 터미널을 개장했다. 하루 288만 박스 물량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초대형 거점 물류센터로 사업비로만 2850억 원이 투입됐다. 이와 관련,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택배 부문 감가상각비는 56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늘었다. 차입금도 늘어나면서 지난해 3분기 이자 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34%가량 상승한 331억 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한진이 여전히 경쟁사들 대비 인프라 투자가 적다는 점이다. 쿠팡은 지난해 3월 2027년까지 전국을 쿠세권(쿠팡 로켓배송 가능지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3년간 3조 원가량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쿠팡은 올해 상반기에도 충청북도 제천에 풀필먼트 센터를 착공할 예정이다. CJ대한통운은 2018년 이미 4000억 원 넘는 투자를 집행해 ‘곤지암 메가허브터미널’을 준공했다. CJ대한통운이 전국 각지에서 운용 중인 물류센터와 터미널, 사업장 부지 면적 등은 국내 물류기업 최대 규모다.
한진은 시장 점유율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쿠팡의 약진으로 CJ대한통운의 점유율이 감소하면서 ‘2강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한진은 사실상 3위로 굳어진 상황이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공개는 안하고 있지만 현재 한진의 시장 점유율은 10%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택배 산업은 ‘허브 앤 스포크(물량을 거점인 허브에 집화한 후 각 지점으로 보내는 것) 구조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대형 허브 터미널과 자동화 설비에 투자를 지속해야 하지만 한진은 자금력 부족으로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진의 대전 메가 허브 터미널 조감도. 사진=한진 제공](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214/1739513143461230.jpg)
CJ대한통운이 올해 1월 5일부터 주 7일 배송에 나서면서 한진도 현재 택배대리점연합회 등과 주 7일 배송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객들의 니즈가 빠른배송·주말배송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회사가 대응 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낙오된다. 당분간은 매출이 조금 밀리는 정도겠지만 수 년 안에 존폐 위기까지 몰릴 가능성이 높다”라며 “쿠팡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CJ대한통운까지 주 7일 배송에 나서면 물동량을 뺏기는 건 기정사실이기 때문에 다른 택배사들도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한진이 주 7일 배송에 나서면 비용 증가와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진이 국내에서 운용하고 있는 풀필먼트 센터(출고·배송·재고관리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물류센터)가 한 곳도 없다는 점 역시 주말·당일 배송을 확대하기에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CJ대한통운처럼 상당한 물동량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기업도 주말 물량이 나오지 않아 허덕이고 있다. 한진이 추가로 투자할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주 7일 배송을 시작하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라며 “차라리 CJ대한통운과 차별화하려면 택배 단가를 낮추는 게 가장 쉬운 전략이지만 현재 영업이익률이 1%라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도 쉽지 않은 상태라 진퇴양난”이라고 지적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오히려 주 7일 배송이 자충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근로시간 늘리고 인력도 확보해야 하는데 그만큼 치고 나갈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구교훈 회장은 “고객 입장에서는 서비스가 안 좋으니까 구색을 갖추긴 해야 할 거다. 수도권 위주로 특정 지역만 주 7일 배송 서비스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택배 시장은 2023년까지 줄곧 성장세를 기록했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연간 택배 물량은 51억 5000만 건으로 2020년 (33억 7000만 건)보다 약 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 분석에 따르면 알리·테무 등 C커머스의 초저가 공세, 치열한 경쟁, 무료 반품 서비스 덕분인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시장 성장률이 점차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 물류업계 안팎의 평가다. 이종우 교수는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그 물량이 고스란히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CLS(쿠팡로지스틱스)로 들어가고 있다. 일반 택배회사의 파이는 커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며 “택배 회사들에 점점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 또한 “지난해 말부터 이미 택배 시장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고 경쟁사인 CJ대한통운이 주 7일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경쟁 강도는 심해지고 있다. 내수 부진뿐만 아니라 지난해까지 ‘핫’했던 C커머스 물량들도 주춤하고 있어서 최소 올해 상반기까지는 부진이 점쳐진다”라고 지적했다.
한진 입장에서는 C커머스 플랫폼인 테무가 국내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점도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테무는 2024년 말부터 인사(HR)와 총무, 홍보·마케팅, 물류 등 핵심 직군의 한국인 직원을 모집하면서 한국 내 통합 물류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진은 국내에서 배송되는 테무 물량의 대부분을 도맡아 처리하며 상당한 매출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의 물류업계 관계자는 “테무가 국내에 정식으로 들어오면서 제품 별로 KC인증을 받으려면 상당 비용의 컨설팅을 받아야 하고 각종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팔았던 것처럼 초저가는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국내에 직접 들어와서 사업하면서 오히려 물동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진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이 도입한 만큼 저희도 주 7일 배송은 당연히 검토하고 있다. 다만 시장 상황이나 저희 물량 상황까지 봐야 하기 때문에 정해진 바는 없다”라며 “2025년 연 매출 목표 관련해서 변동사항은 없다”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