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늘었지만 2분기 실적 악화, 따이궁 수수료율 급등 악영향…호텔신라 “실적 개선 위해 노력 중”

#면세점 안 가고 다이소로…신음하는 면세업계
면세점 업계의 2분기 실적과 관련해 관전 포인트가 될 만한 부분은 따이궁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얼마나 줄었을지 여부다. 따이궁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팬데믹 전만 해도 10% 선이었지만, 이후 면세점 간 경쟁이 격화하면서 40%대로 치솟았다. 호텔신라의 경우 지난해 전체 면세 매출이 3조 3028억 원인데, 영업외비용 중 알선 수수료 지급액만 1조 5616억 원에 달했다. 전체 매출의 47%가 수수료로 지급되니 남는 것이 거의 없었던 셈이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615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올해는 변수가 있는데, 바로 롯데면세점이 따이궁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는 것이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초 비효율적인 따이궁 거래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포했다. 증권가에서는 롯데면세점의 철수 이후 남은 사업자끼리 경쟁을 벌였을지, 아니면 기대했던 대로 경쟁이 둔화했을지 주목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따이궁 거래 중단이 긍정적인 변수라면, 부정적인 변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인당 구매력이다. 과거엔 단체 관광객(유커)이 입국하면 명품부터 화장품까지 싹쓸이하는 소비 패턴이 있었다. 2019년 기준 서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인당 평균 213만 원을 쇼핑에 사용했는데, 이는 일본인의 6.5배에 달하는 규모였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로는 면세점의 고가 물품보다는 중저가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화장품을 예로 들면 올리브영, 지금은 아예 다이소로 향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비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외국인 관광객의 전체 결제액 중 11%가 화장품 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됐다.
당초 면세점 업계는 2분기 실적을 두고 의외로 선방할 것이라는 기대가 없지 않았다. 따이궁 경쟁 완화 외에도 엔 환율이 높아지며 상대적으로 일본 대비 우리나라 여행 수요가 늘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대선 정국을 타면서 중국 내의 반한 기류가 주춤해질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실적 발표 시즌을 앞두고는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리포트가 나오고 있다.
최근 DB증권은 호텔신라 2분기 실적에 대해 매출은 전년 대비 2.7% 증가한 1조 301억 원이지만, 영업이익은 47.2% 감소한 146억 원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 평균 예상치는 170억 원인데, 이를 크게 밑돌 것으로 본 것이다. 허제나 DB증권 연구원은 “4월만 해도 따이궁과 개별 관광객 매출이 모두 호조였는데, 분기말로 갈수록 월 매출이 낮아지는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주가 급등 GS피앤엘…호텔 사업부 분할 가능할까?
일각에서는 호텔신라가 인적분할 등 조직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호텔신라가 속해 있는 삼성그룹은 어지간한 업권을 다 다루는 국내 1위 대기업 집단이지만, 호텔신라만 놓고 보면 너무 작은 분야에서만 사업을 하고 있다. 이부진 사장 입장에서만 보면 사업 다각화가 절실한 셈이다. 호텔신라를 중간 지주사와 호텔업, 면세업 등으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이 때문에 나온다.
실제 호텔신라의 호텔·레저업은 업황 전망이 긍정적이다. 2023년 기준 서울 내 객실 수가 5만 2517개로 2019년(5만 3664개)보다 오히려 줄었고, 2027년까지 거의 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신라 또한 호텔업을 따로 떼어놓으면 실적 호조세가 돋보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유사 사례도 나왔다. GS리테일은 지난해 12월 파르나스호텔을 중심으로 한 GS피앤엘을 인적 분할했다. GS리테일은 편의점과 슈퍼마켓, 홈쇼핑이 있어 호텔 사업은 전혀 관심받지 못한다면서 내린 결정이었다.
당시만 해도 호텔업은 증권가의 관심이 거의 없었지만, 관광객이 폭증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봤을 땐 주효한 선택이었다. GS피앤엘의 주가는 지난 4월 1만 6510원까지 밀렸다가 현재는 4만 6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7월 14일 기준 시가총액은 9013억 원으로, 호텔신라(2조 원)의 절반에 육박한다. ‘그깟 호텔 사업으로 얼마나 인정받겠느냐’라는 핀잔은 사라졌다.
GS피앤엘은 파르나스호텔을 67% 지배하고 있는 중간 지주회사인데,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옛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나인트리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3~4성급인 나인트리의 실적 기여도가 독보적이라고 한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호텔업은 공급 부족과 수요 증가라는 구조적 호황기에 접어들었다”면서 “GS피앤엘의 경우 올해 말 인터컨티넨탈(코엑스) 리뉴얼 이후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면세점 올인 전략에는 물음표
2010년대 호텔신라가 초고속 성장을 지속할 당시, 이부진 사장에 대한 증권가의 기대는 하늘을 찔렀다. 오빠인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 휘말렸을 땐 '이부진 대타설'이 나오면서 호텔신라 주가가 상한가를 찍는 희귀한 현상도 발생하곤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당시의 호평이 현재는 독이 된 듯한 모습이다. 호텔신라와 경쟁 관계에 있는 현대백화점과 신세계, 롯데는 모두 유통업을 기반으로 타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는 반면, 호텔신라는 돌아올 면세점 호황의 그날만 기다리며 버티기 전략에 나서고 있다. 물론 호텔신라도 비용 절감 등을 꾀하고 있다곤 하지만, 경쟁사에 비하면 면세점 부진에 따른 여파가 유독 더 길게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호텔신라의 경우 일단 3~4성급 확장으로 호텔업 특수를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호캉스의 성지로 꼽히는 신라스테이는 물론 리조트 형태인 신라스테이 플러스, 신라모노그램 등에 박차를 가하면 내년 이후엔 호텔 사업부의 진면목이 드러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중장기적으로는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다각화도 필요하겠지만, 당장은 어렵다. 호텔신라는 재무 구조 개선 목적으로 항공 및 철도 발권 등 삼성그룹 임직원 출장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SBTM를 매각 추진 중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호텔 부문 사업 실적은 괜찮았지만 면세점 부문 실적은 업황 악화로 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적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