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서 서명·연설문 수정 때 애용, 싸고 잘 써져 미국 ‘국민 펜’…트럼프 맞춤형은 거래가 2000배

‘샤피 펜’은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하나쯤 집에 갖고 있을 정도로 흔한 유성 마커펜이다. 신학기를 시작하는 학생들이 반드시 사야 하는 필기구이자 스포츠 선수가 사인을 할 때, 혹은 스타벅스 바리스타가 컵에 이름을 적을 때 사용하기도 한다. 그만큼 ‘샤피 펜’은 일상생활 곳곳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펜이다.
다만 트럼프의 펜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2018년 ‘악시오스’와 HBO가 함께 제작한 4부작 다큐멘터리 시리즈에서는 트럼프의 특별한 ‘샤피 펜’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소개됐다. 취임 후 역대 대통령이 사용해오던 공식 펜에 대해 트럼프는 “아주 비싼 펜으로 문서에 서명했는데, 잘 써지지 않았다. 끔찍한 펜이었고, 가격도 터무니없이 비쌌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그러다 샤피를 쓰기 시작했는데 ‘어라, 이게 훨씬 더 잘 써지고 훨씬 저렴하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트럼프는 ‘샤피’ 제조사 측에 직접 연락해 “부탁이 있는데, 혹시 펜을 검은색으로 만들어 줄 수 있나요? 더 고급스럽게 보이도록요”라고 요청했다. ‘샤피’ 측은 그 요청을 수락했을 뿐만 아니라, 트럼프 서명이 금박으로 새겨져 있는 맞춤형 모델까지 제작해주었다. 이 특별한 펜을 애호했던 트럼프는 그동안 공식 문서에 서명을 하거나, 메모를 작성할 때, 혹은 연설문을 수정할 때마다 이 펜을 사용해왔다.

여기서 그치지 않은 트럼프는 여러 개의 펜을 집어서 관중석을 향해 던졌고, 그때마다 사람들은 펜을 얻기 위해 환호성을 지르면서 몰려들었다. 펜을 받는 데 성공한 사람들은 곧바로 셀카를 찍거나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일반 ‘샤피 펜’의 가격은 대량구매 시 개당 1달러(약 1400원) 정도다. 하지만 트럼프의 ‘샤피 펜’은 중고시장에서 이보다 무려 최대 2000배가량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베이에 올라온 어떤 ‘샤피 펜’은 실제 트럼프가 사용했다는 증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1850달러(약 250만 원)에 올라와 있기도 했다.
트럼프 외에도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사용하는 펜은 늘 주목을 받았었다. 가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오바마케어’ 법안에 서명할 때 사용했던 22개의 ‘A.T.크로스컴퍼니’ 펜은 서명 후 관련 인사들에게 기념품으로 배포됐으며,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이 민권법에 서명할 때 사용했던 70개 이상의 ‘이스터브룩’ 펜 역시 역사적인 기념품으로 남았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