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관객으로 수익 내는 구조로는 산업 확장 어려워…“충무로 위기 탈출 하나의 통로일 뿐 궁극적 대안 아냐”
게다가 ‘얼굴’은 여전히 700개가 넘는 상영관을 확보하고 있다. 10월 3일부터 열흘 동안의 징검다리 연휴가 시작된다. 볼만한 한국 영화가 ‘어쩔수가없다’와 ‘보스’밖에 없는 상황에서 ‘얼굴’이 뒷심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분위기라면 이 기간 관객 10만 명, 매출 10억 원 이상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최고 흥행을 기록한 영화 ‘좀비딸’의 순수 제작비는 110억 원이었다. 약 561만 관객을 동원했다. 하지만 순수 제작비는 홍보·마케팅(P&A) 비용을 뺀 제작비다. 이를 합친 총 제작비는 약 14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누적 매출이 약 530억 원이기 때문에 총 제작비의 3.8배 정도 번 것이다.
‘얼굴’ 역시 수익률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총 제작비를 따져봐야 한다. 2억 원은 순수 제작비다. 홍보·마케팅 비용을 최대한 아끼더라도 최소 5억 원 이상 투입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즉 ‘얼굴’의 총 제작비는 10억 원 정도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그렇게 예상하더라도 ‘얼굴’은 제작비보다 10배 넘는 매출을 달성했다.
하지만 100억 원 가운데 절반은 극장의 몫이다. 상영관이 있어야 영화를 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발전기금, 배급수수료 등을 제하고 제작사 몫이 책정된다. 통상적으로 이렇게 계산된 순이익은 주연 배우나 감독들에게 미리 약속한 러닝 개런티를 지불한 후 나머지는 제작사의 몫이 된다.
이번은 다르다. ‘얼굴’의 주연 배우들은 개런티를 받지 않았고, 주요 스태프들도 최저 수준의 인건비만 받았다. 대신 그들은 ‘지분’을 거머쥐었다. 일정 부분 이 작품의 주인이 된 셈이다. 그리고 지분을 가진 이들은 그에 상응하는 수익을 나눠 갖는다.
가상으로 계산을 해보자. 매출이 100억 원이라 하면, 영화발전기금 3%, 세금 10%를 뗀 후 극장과 제작·배급사 측이 절반씩 나눈다. 여기서 배급 수수료 10%를 추가로 제한다. 그렇게 하면 남는 돈은 40억 원 정도다. 여기서 제작비 10억 원가량을 또 빼야 순이익이 남는다. 즉 30억 원 정도의 이익금을 각자가 가진 지분으로 배분하게 된다. 통상적으로 투자사와 제작사로 약속된 비율대로 나누지만, 연상호 감독이 사비를 털어 제작비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전체 순수익을 기준으로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한 스태프가 지분 5%를 약속 받았다면 1억 5000만 원 정도를 손에 쥐는 셈이다. ‘얼굴’의 제작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았던 것을 고려했을 때, 일반적인 장편 상업 영화보다 더 많이 챙기게 된 셈이다.
#‘얼굴’의 제작 방식, 업계 스탠더드가 될 수 있나
‘얼굴’은 지독한 침체기를 겪는 충무로에 하나의 대안을 제시했다. 편당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입하며 덩치를 키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극장 관객이 크게 줄어든 만큼, 적은 관객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모델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하지만 적잖은 영화인들이 고개를 가로 젓는다. ‘연상호 모델’이 될 수는 있지만, ‘일반적인 모델’이라고 할 수는 없는 탓이다. ‘얼굴’은 스태프 20여 명이 총 13회 촬영으로 완성했다. 러닝 타임 2시간 분량의 상업 영화를 찍을 때 50회 안팎의 촬영 회차를 진행한다. ‘얼굴’은 4분의 1 수준의 시간만 투입했다는 것이다. 투입된 스태프 수도 절반 이하다.

또한 ‘얼굴’과 같은 구조로 만든 영화가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실패 사례가 나오면 ‘싼 게 비지떡’이라는 비판이 쏟아질 것이 뻔하다. 그런 경우 개런티를 받지 않은 배우와 스태프는 ‘빈손’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런 제작 규모로는 산업을 확장시키기 어렵다. ‘얼굴’과 같은 제작 시스템이 일반화되면 오랜 기간에 걸쳐 ‘마트’로 키워놓은 충무로가 다시 ‘구멍가게’로 전락할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한다. 즉 ‘얼굴’이 충무로의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하나의 통로는 될 수 있을지언정 궁극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