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없지만 장르물 ‘퍼스트 라이드’ ‘열대야’ ‘폭설’ 연이어 개봉…한국영화 부진 분위기 반전시킬까

#‘어쩔수가없다’ 300만 명대에 머물러
영화계의 관심이 집중된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 감독의 연출작이자, 이병헌부터 손예진까지 스타 배우들을 내세워 흥행 기대감을 키웠다. 개봉 전부터 “박찬욱 감독의 영화 가운데 가장 웃긴 작품”이라면서 주연 배우들은 자신감을 보였고,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과 토론토 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선정 등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오래 몸담은 직장에서 갑자기 실직한 가장의 고군분투를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이야기로 폭넓은 관객층을 공략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왔다.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어쩔수가없다’의 현재 흥행 스코어는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9월 24일 개봉해 10월 16일까지 누적 관객은 269만 8463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이다. 개봉을 앞두고 배우들과 박찬욱 감독은 어느 때보다 ‘흥행’에 욕심을 보였지만, 300만 명을 바라보는 지금 상황은 제작진의 기대감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물론 제작비를 회수하는 손익분기점을 돌파했고, 해외 100여 개국에 선판매 기록을 세운 점은 고무적이지만 국내 극장 스코어만 보면 화제성 대비 아쉬움이 남는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예년 추석과 비교해 관객 수도 줄었다. 추석 연휴 기간인 3일부터 9일까지 극장을 찾은 총 관객은 486만 명, 일일 평균 관객 수는 69만 명으로 집계됐다. 2024년 추석 명절인 9월 14일부터 18일까지의 일일 평균 관객 수 93만 명과 비교하면 크게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올해 한국영화의 총 관객 수도 예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10월 16일 기준 올해 한국영화 관객은 3974만 6925명으로, 2024년 한국영화 누적 관객 7147만 2819명에 턱없이 부족하다. 연말까지 아직 두 달 반의 시간이 남았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킬 눈에 띄는 대작이 없는 점도 불안 요소다.
#올해 남은 한국영화는?
과연 이달 중순부터 12월 말까지 개봉하는 한국영화들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까. 개봉일을 확정한 배우 강하늘 주연의 코미디 ‘퍼스트 라이드’와 정려원 이정은 주연의 ‘하얀 차를 탄 여자’를 비롯해 인기 웹툰이 원작인 배우 구교환 주연의 ‘부활남’, 변요한과 고아성 주연의 ‘파반느’, 배우 김윤석의 ‘폭설’이 하반기 개봉을 타진하고 있다. 장동건과 우도환, 이혜리 주연의 ‘열대야’ 역시 연내 개봉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유동적이다. 규모를 앞세운 블록버스터보다 스릴러나 액션 누아르 등 장르물에 집중해 차별화를 시도하거나 웹툰과 소설 등 인기 원작을 영화로 옮긴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아직 개봉 시기를 확정하지 않은 ‘열대야’와 ‘폭설’도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힌다. ‘열대야’는 한밤중에도 열기가 식지 않는 도시 태국 방콕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몸을 던진 이들이 뒤엉킨 24시간을 그린 하이드보일드 액션 영화다. ‘폭설’은 김윤석과 구교환이 주연한 작품으로 눈에 뒤덮인 외딴 기차역이 배경인 심리 스릴러다. 평생 헌신한 기차역에서 마지막 근무를 하는 역장이 젊은 후임자를 기다리다 전복된 교도소 버스에서 수십 명의 죄수가 탈출했다는 속보를 듣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장르물에 집중한 한국영화들과 달리 할리우드는 대작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12월 개봉하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시리즈의 3번째 이야기인 ‘아바타: 불의 재’가 최대 기대작이다. 2009년 개봉한 1편과 2022년 2편이 연이어 1000만 관객에 성공한 기록은 3편을 향한 기대감으로 이어진다. 이번 ‘불의 재’는 주인공 제이크 가족이 화산 폭발로 문명을 잃은 유목민 부족과 만나 겪는 모험을 그린다. 2편이 물의 부족의 이야기였다면 3편은 불을 다루는 부족의 이야기로 확장한다.
11월 26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주토피아2’는 가족 단위 관객을 집중 공략하는 작품이다. 9년 만에 돌아온 후속편으로 전편의 제작진과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들이 다시 뭉쳤다. 1편은 국내에서만 471만 명 동원에 성공했고, 자녀와 함께 보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가족 단위 관객을 빠르게 불러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