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연예인 사이 괴리 최근 수년간 깊어져…“업계 전체에 부정적 영향 끼칠 수도”

논란은 이 행사가 ‘유방암의 사회적 인식 개선’이라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화려한 디너 파티를 즐기는 스타들의 모습과 명품 브랜드 제품의 홍보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뒤늦게 지적되면서 불거졌다. 올해로 20회를 맞았다는 행사의 사회적 공헌 내역과 그에 따른 결과를 설명하거나 유방암에 대해 언급하는 콘텐츠는 W 코리아의 공식 소셜 미디어(SNS)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20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숫자 역시 스타들에게 “당신의 스무 살은?”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를 홍보용 영상 콘텐츠로 제작하는 것에 그쳤을 뿐이었다.
이처럼 행사의 본래 취지와 목적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유방암 환자 또는 환자의 가족들로부터도 거센 비판을 받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들의 분노가 터졌다. W 코리아 측이 논란 직후부터 사흘 동안 침묵한 탓에 행사에 참석한 스타들에게 먼저 이 같은 분노의 집중포화가 쏟아졌다. 스타들의 소셜 미디어나 유튜브에 몰려가 비판 댓글을 쏟아내는가 하면, 이들이 모델로 있는 브랜드를 불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올 정도였다.

실제로 당시 이 행사에 참석한 스타들에게 쏟아진 비판은 정작 취지와 다른 행사를 주최한 주체인 W 코리아보다 강도가 더 높았다. 행사 참여 스타 리스트가 온라인 커뮤니티마다 ‘박제’되는가 하면, 일부 네티즌들은 이들이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다른 행사에 참여한 사실이 있는지까지 역추적해 비판 수위를 더욱 올리기도 했다.
특히 실시간 파급력이 가장 높은 소셜미디어로 꼽히는 X(옛 트위터)를 중심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크게 형성되면서 해외 네티즌들도 이 이슈를 주목할 정도였다. 미국의 초대형 소셜 뉴스 웹사이트 레딧에서는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이런 행사에 생각 없이 참여한 모든 스타들이 비판을 받아야 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와 네티즌들 사이에서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는 스타들에 대한 비판이 단순하게 W 코리아의 행사 참석 사실 하나로만 비롯된 게 아니라는 점을 우려했다. 일반적으로 시발점인 논란이 잦아들면 시간이 조금 걸릴지라도 자연스럽게 대중들의 부정적인 반응도 가라앉기 마련이지만, 이번 ‘공분’은 최근 수년 동안 연예계를 향해 쌓아온 대중들의 불만과 분노가 기반이 됐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지점을 정확히 분석하지 않으면 앞으로 한국 엔터산업에 회복하기 어려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런 국민들의 연예인들을 향한 ‘분노의 공감대’는 특히 지난 1~2년 사이 가장 급격히 커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더해졌다. 실례로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후 어수선한 사회 상황 속 맹추위를 견디면서 탄핵 집회에 나간 대중과 따뜻한 실내에서 화려한 의상을 입은 채 ‘연말 시상식’을 즐기는 연예인의 대비된 모습이 크게 지적되며 연예계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형성된 바 있었다.
영화계 관계자는 “최근 1년 사이만 해도 사생활 논란 정우성을 향한 ‘청룡영화상 물개박수’, 아직 재판 중인 마약사범 유아인을 배우상 후보로 올린 일 등이 있었다”라며 “비상계엄 사태 당시 여전한 일상을 즐기는 연예인을 보며 비일상을 맞닥뜨린 보통 사람들이 느낀 감정이 실망이었다면, 그럼에도 이어지는 ‘그들만의 리그’를 보며 쌓인 것은 명백한 분노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대중들의 부정적인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엔터 산업 전반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계자는 “대중들이 연예인을 싫어하고, 그들이 있는 업계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누가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한국 노래를 듣겠나”라며 “예전엔 ‘우리가 한국 영화계를 지켜야 한다’고 국민들이 먼저 관람 운동에 나설 때도 있었는데 요즘 커뮤니티를 보면 어렵다는 호소에도 ‘그래봐야 배우들이 우리보다 돈 더 받는다’ ‘파티 즐기는 것 보면 아직 살 만한 것 같다’는 비아냥거리는 댓글이 많은 추천을 받더라. 단순한 인터넷 논란으로 여길 게 아니라 이런 부정적인 분위기가 어디까지 확산될 수 있을지 업계 사람들이 더 예민하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