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으로 입국했다 난민 신청…SNS·축구동호회 통해 아프리카 우물 사업 지원한다며 10억여 원 모금

난민신청 자격으로 한국에서 지내며 어려움이 많았겠지만 A 씨는 열심히 살았다. 수도권의 한 풋살장에서 일하며 지냈는데 틈틈이 식당 아르바이트도 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열심히 기부 활동에 나섰다. 특히 아프리카에 우물 사업을 지원하는 자선단체 Y를 지원하기 위한 모금 활동에 앞장서 왔다. 인스타그램과 텔레그램, 페이스북 등의 SNS를 적극 활용했는데 여기에 이슬람 난민들의 사진을 올리고 국내외 은행 계좌와 신용카드를 통해 모금활동을 진행했다.
경기도의 한 지역에선 축구 동호회를 직접 운영했다. 축구 선수 출신인 A 씨는 자국 출신 회원들을 모아 자선 축구대회까지 열었다. 당연히 축구 동호회 회원들에게도 기부금을 모았다.
“알라신이 원하신다면 이슬람에 반대되는 모든 것과 싸우는 것이다. 알라신을 위해 우리 같이 지하드(성전)를 하자.”
이슬람 극단주의 전파를 위해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선동 구호다. 뿐만 아니라 이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하마스를 지지하는 선전 내용도 다수 게시됐다. 해당 계정은 우즈베키스탄에서 테러자금 지원 혐의로 수배된 인물이 운영한 것으로, 우즈베키스탄 국가안전부에서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은 이 인물에 대한 여권 무효화 조치를 내렸고, 한국 경찰에 관련 자료를 송부해 검거를 요청했다.
이 인물은 UN이 지정한 테러단체인 KTJ(카타이바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를 추종하는 우즈베키스탄인이다. 2014년경 시리아 북서부 지역에서 결성된 KTJ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 타도와 중앙아시아에 이슬람 신정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로 핵심 구성원은 중앙아시아 출신 외국인 전투원(주로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탄 국적의 소수민족)들이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한국에서 난민신청 자격으로 열심히 살고 있는 A 씨가 바로 KTJ 추종 인물이었다.
A 씨가 난민신청 자격으로 한국에 체류하게 된 이유 역시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이 2022년 8월 그의 여권을 무효화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국 체류에 문제가 생기자 2023년 3월 난민 신청을 한 A 씨는 3개월씩 모두 11차례나 이를 연장하며 국내에서 체류해왔다.
기부를 위해 모금 활동에 앞장섰던 A 씨와 테러단체 KTJ 추종 우즈베키스탄인이 동일 인물이라는 점에서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국제사회는 자선단체를 가장해 테러자금을 조성하는 것을 상습 수법으로 보고 있다. UN 안전보장이사회 대테러위원회와 미국 금융범죄단속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테러단체들은 비영리단체나 자선활동이라는 합법적 외양을 활용해 의심을 피하면서 자금을 모금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모금된 자금은 테러 전투원 활동비와 이들 가족의 생활비 지원 등에 사용된다.
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은 A 씨가 기부금 모금 방식으로 10억여 원이나 자금을 모았다는 점이다. 이는 국내에서 밝혀진 테러자금 모집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경찰은 가상자산 전문 추적 도구 및 20여 개에 이르는 국내 금융계좌 거래내역을 분석해 A 씨가 모금한 가상자산 USDT 62만 6819개를 확인했다. USDT(테더)는 법정화폐와 1 : 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이다. 검거 당일 기준 단가인 1520원을 적용하면 USDT 62만 6819개는 9억 5276만 원이다. 경찰이 관련 분석 작업을 계속 진행 중이기 때문에 총 모금 자금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경찰은 이렇게 모금한 가상자산의 일부가 KTJ는 물론이고 하마스의 가상자산 지갑으로도 흘러 들어간 사실이 확인됐다. 하마스로 간 자금은 대략 2700만 원 규모다.

피의자 A 씨를 검거하기 위해 경찰은 국정원, 미국 FBI와 공조 수사를 벌였다.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A 씨의 소재지를 특정한 경찰은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10월 16일 경기도 안성에서 검거했다.

현재 경찰은 A 씨가 테러단체 지원 목적으로 모금한 가상자산이나 현금이 더 있는지 파악하는 동시에 조직 네트워크를 상세히 분석해 공범을 신속하게 특정하기 위해 계속 수사 중이다. 수사를 담당한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과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경주 APEC 회의 관련 자금 지원 등 잠재적 위해 가능성 여부에 대해서도 철저히 확인 중”이라며 “사건의 모든 가능성과 위험 요소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