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 남지 않아 공무원 시험 응시도 가능…정치권 일각 ‘흉악범죄 공개’ 주장에 전문가 “제도 취지 훼손 우려”
#지난해만 ‘3만 건’…소년범 대부분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

소년보호재판의 대상에는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범죄소년’과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 10세 이상 19세 미만의 ‘우범소년’(집단적으로 몰려 다니며 주위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하거나,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거나 유해환경에 접하는 버릇이 있는 소년)이 있다. 10세 미만의 청소년은 형사처벌은 물론 보호처분도 받지 않는다. 다만 10세 미만이 범죄를 저지를 경우 보호자가 민사상 책임을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소년보호재판은 송치나 통고에 의해 시작된다. 경찰서장, 검사, 법원이 관할 법원에 송치하거나 범죄소년, 촉법소년, 우범소년을 발견한 보호자 또는 학교·사회복리시설·보호관찰소의 장이 직접 법원 소년부에 통고할 수 있다. 이후 판사의 지시에 따라 소년 사건 전담 조사관이 조사를 진행하며, 조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심리 개시 혹은 불개시 결정이 내려진다. 심리 불개시 결정은 일반 형사재판에서 검찰이 내리는 기소유예와 유사하다.
심리가 개시되면 소년부 판사는 소년과 보호자, 조사관 등을 상대로 적절한 처분에 대해 결정을 내린다. 모든 심리는 비공개로 진행되며 별도의 선고 기일 없이 심리기일 당일에 처분을 내린다. 판사는 보호처분 또는 불처분 결정을 내리며,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 사실이 발견돼 형사처벌을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검사에게 송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소년 범죄 사실이 인정되면 보호처분을 받는다. 대법원 소속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25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4년에 접수된 소년보호사건은 5만 848건이다. 이 가운데 소년보호재판을 통해 보호처분이 내려진 경우는 3만 989건이다. 1만 4486건은 심리 불개시, 3720건은 불처분 결정이 내려졌다. 2024년 한 해 동안 소년부 판사가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한 경우는 전체 소년보호사건 가운데 고작 0.3%(157건)에 불과하다.
보호처분의 종류는 경중에 따라 보호자 등에 감호 위탁(1호), 수강명령(2호), 사회봉사명령(3호), 단기 보호관찰(4호), 장기 보호관찰(5호), 아동복지시설 위탁(6호), 병원·요양소 또는 소년의료보호시설 위탁(7호), 1개월 이내 소년원 송치(8호), 단기 소년원 송치(9호), 장기 소년원 송치(10호) 등으로 나뉜다. 2호와 10호는 12세 이상, 3호는 14세 이상에만 적용되며, 나머지 처분은 모두 10세 이상에 적용된다.
법조계에서는 1~5호 처분을 ‘사회 내 처분’, 6~10호 처분을 ‘시설 내 처분’으로 분류한다. 1~5호 처분의 경우 사회로 돌아가 교화를 돕는 반면, 6호 이상의 처분을 받을 경우 강제로 시설에서 지내게 돼 구금 처우로 인식된다. 사회 내 처분을 받더라도 완전히 시설 내 처분을 피하게 된 것은 아니다. 4~5호 처분을 관할하는 보호관찰소장이 대상 소년의 반복적 재비행, 치료 거부 등 사유가 발생할 경우 6~10호 처분으로 변경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호처분은 형사처벌이 아니기 때문에 전과가 남지 않으며 범죄경력조회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과거 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고 해도 공무원 등의 응시자격에 제한이 없다. 다만 수사기록과 소년부 판사의 판결문 등은 가정법원과 검·경 등 수사기관에 일정 기간 보존된다. 일반적으로 보호처분 내용은 생활기록부에도 기재되지 않으나 학교폭력 연관 사건일 경우 기재될 수도 있다.
또 소년부 판사가 검사에게 소년범 사건을 송치해 검사의 기소로 유죄가 확정될 시 소년원이 아닌 소년교도소에 수감한다. 이때는 보호처분 대상자와 달리 전과 기록이 남는다. 소년교도소 수감 도중 23세가 되면 성인교도소로 이감된다. 소년원 송치 대상자와 소년교도소 출소자 모두 출소 이후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으로부터 숙식과 기초생계비, 의료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공직자 ‘소년기 범죄전력’ 공개? “피해자 조치 먼저”

정치권에서는 조진웅의 소년범 논란 이후 보호처분을 받았더라도 흉악 범죄 전력은 공개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12월 7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흉악범에 대해서까지 소년범이라는 이유만으로 영구 사각지대를 남겨두는 것은 공정에도, 상식에도 맞지 않다”면서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사회 주요 인사에 대한 소년범 보호처분 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공직자 소년기 흉악범죄 공개법’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보호처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명확한 지침과 피해자 보호 관련 조치를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이승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년범죄 처벌 실태 분석 및 처분·양형기준 도입방안 연구(Ⅰ): 소년보호처분 기준을 중심으로’에서 “강력 소년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소년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 촉법소년 연령 인하와 같은 엄벌 대응만 논의되고 있다”면서 “소년범죄를 어떤 기준과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 관심과 구체적 지침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연구에서 이승현 연구위원은 “보호 환경을 판단할 때 가정폭력·아동학대 경험, 보육시설 경험,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환경에 대해서도 골고루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경찰·검찰·법원·교정위탁기관의 소년 통계를 모두 취합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일관된 처분을 위해 장기적으로 전문소년원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호처분이 비공개됨으로써 소년범에게만 유리한 절차라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소년사법 절차에서 피해자의 절차 참여권과 (피해자에 대한) 통지 의무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도 언급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소년범들이 반성하고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선도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려는 소년법 제정 취지를 고려할 때 (보호처분 이력 공개 법안은) 다소 성급한 측면이 있다”면서 “법 제정에 앞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실질적 피해 복구 방안 등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고 그 다음 소년범에 대한 조치 사항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