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취소 거래설’에 검찰개혁까지 내홍 커지자 교통정리…지방선거 이후로 넘긴 보완수사권 놓고 대립 이어질 듯

이재명 대통령은 3월 15~16일 양일간 민주당 초선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가졌다. ‘공소취소 거래설’이 불거진 직후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정치권 이목이 집중됐다(관련기사 집안싸움 부채질 누가 왜? 여권 덮친 이재명 공소취소 거래 의혹).
첫날 만찬(15일)에서 이 대통령은 정교하고 치밀한 개혁을 강조했다. 검찰 수사 개시권 박탈과 헌법에 검찰총장 명칭이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원 해임 뒤 재임용’으로 검사들에게 모욕감을 줄 필요는 없다는 발언도 나왔다고 한다. ‘전원 해임 뒤 재임용’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김용민 민주당 의원 주장이다.
같은 날 이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에 ‘검찰총장’ 명칭 논란과 검사 전원 면직 후 선별 재임용 주장은 수사·기소 분리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본질과 괴리된 과도한 선명성 경쟁과 긴요하지 않은 조치 때문에 해체되어야 할 기득 세력이 반격의 명분과 재결집 기회를 가지게 할 필요가 없다”고 적었다. 법사위 강경파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대목이다.
이어 이 대통령은 “정부안이 입법예고 됐지만, 당과 정부가 당정 협의를 통해 수정안을 만들었고, 이를 여당 당론으로 채택된 바 이 수정안은 정부안이 아니라 ‘당정 협의안’”이라면서도 “이 당정 협의안 역시 만고불변의 확정안이 아니라 필요하면 입법과정에서 또 논의하고 수정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3월 17일 정청래 대표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중수청·공소청 당·정·청 합의안을 발표했다. ‘공소청의 장은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공소청법 6조는 원안대로 유지됐다. 검사를 전원 해임한 다음 선별해 재임용하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종전의 검찰청 소속 검사는 공소청 검사로 본다’는 부칙이 유지됐다.

상급자 검사가 하급자에게 지시할 때 법률에 따르도록 명문화했다. 이른바 ‘검사동일체’ 원칙인 검찰총장의 검사 직무 위임·이전 권한은 박탈됐다. 공소청 명칭은 ‘대공소청-고등공소청-지방공소청’에서 ‘공소청-광역공소청-지방공소청’으로 바꿨다.
이번 당·정·청 협의안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먼저 법사위 강경파 뜻대로 검찰개혁안이 수정됐다는 시각이 있다. 3월 3일 이 대통령이 ‘당정 협의안’이라고 지칭한 중수청·공소청 설치법안과 정부안은 법사위 강경파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3월 10일 전용기 원내수석부대표가 “정부의 검찰개혁안을 존중해야 한다”고 경고했지만, 최종안에는 법사위 강경파 주장인 공소청 권한 대폭 축소가 관철됐다.
반면 이 대통령 의지대로 개혁안이 만들어졌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만찬 때 언급한 검찰총장 명칭 유지·검사 재임용 반대 의견이 관철됐다. 3월 17일 이 대통령은 공소청 권한 대폭 축소도 삭제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의견을 청취한 다음 최종 결정을 내리는 이 대통령의 의사결정 방식도 유지됐다.
#‘보완수사권’ 뇌관 남아
당·정·청 협의안이 도출됐지만, 여진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정청래 대표는 협의안 발표 다음 날인 3월 18일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심정심’으로 다했다. 이재명의 마음, 정청래의 마음이 일치했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중수청 수사관과 공소청 검사 관계 관련 규정인 중수청법 45조 ‘통편집은’ 대통령·청와대의 뜻이었다고 ‘미루어 짐작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정부안 유지를 원하는 것처럼 알려진 것과 달리 실상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여권 갈등의 불씨를 제공한 곳에 당 대표가 출연한 것 자체를 두고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득구 최고위원은 SNS에 ‘김민석 총리 차기 주자 육성 음모론’ ‘공소취소 거래설’ 등을 언급하며 “저 역시 과거 해당 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지만, 최근에는 나간 적이 없다”며 “앞으로 해당 방송에서 섭외 요청이 오더라도 출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준호 경기지사 예비후보는 3월 19일 같은 방송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느냐”며 “결론적으로 입법과정을 마무리하는 것의 단계는 당이 책임을 지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 예비후보는 “그러한 해석에 자꾸 대통령을 언급하는 것 자체는 제가 볼 때 정부를 이끌어가는 대통령 입장에서도 상당한 부담일 것이다. 당에서 할 일은 당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보완수사권 역시 입장차가 뚜렷하다. 김용민 의원은 3월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보완수사권은 예외적으로라도 남겨놓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보완수사권은 직접 수사권이다. 보완 수사가 필요한 상황들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이 해결하면 된다”고 했다. 형소법 개정에 대해서는 “(당이) 주도권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3월 12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보완수사는 사실상 ‘수사’가 아니다. 직접 수사 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이 폐지된 상황에서 검찰의 표적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했다. 정 장관은 “증거를 보완하라고도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경찰의 선의(善意)에만 기대야 한다”며 “최소한 수사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는 인식 정도는 남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로비를 받은 수사기관이 사건을 덮어버리는 건 어떻게 감시할 건가”라고 지적했다.
보완수사권 논의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와 맞물릴 전망이다. 보완수사권을 두고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차기 당대표는 2028년 23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권한을 가지게 된다. 보완수사권이 차기 권력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초선 의원 만찬을 연 것은 일종의 ‘친명 결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엇박자를 냈던 정청래 지도부를 향한 정치적 메시지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총 67명이다. 이들은 정 대표의 ‘1인 1표제’와 ‘민주당-조국혁신당 합당’에 반대하는 집단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모두 이 대통령 당 대표 시절 공천을 받았다.
다만 당내에서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대통령하고는 계엄 터지고 (윤석열) 파면하고 대선까지 초선들은 처음 국회로 와서 그렇게 같이 왔다. 그런 측면에서 초선들을 격려하고 싶었던 것이다. 단 한 번도 (세 결집 같은) 이야기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세 결집이라기보다 검찰개혁을 중심으로 당내 논의 과정들에 대해서 조금 매끄럽지 않은 부분들이 있으니 직접 소통한다. 이런 마음이 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이재명계’를 만들겠다기보다는 당시 이 대통령은 여당 내 강경파들, 이런 사람들에 맞서서 내가 공천을 준 초선들이 목소리를 내달라는 취지로 초선 모임을 했다고 봐야 하는 것”이라며 “또 중요한 것은 당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들, 과거 친명 좌장이나 친명 핵심이었던 사람들 상당수가 지금 행정부로 가 있다. 구심점이 될 만한 사람이 없다고 판단하니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세를 결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