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카드로 600만 원 인출했으나 채권·채무 관계는 불분명…살해 당시 금품 탈취 의도 있었는지가 관건
피의자는 빌려준 돈을 받으러 갔다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실제 채권·채무 관계조차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경찰이 살인에서 강도살인으로 혐의를 변경한 가운데, 금품 탈취 목적과 살해 고의가 형성된 시점 등이 향후 수사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피해 부부는 이튿날 오후 각각 거실과 안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두 사람의 손발은 청테이프와 옷가지 등으로 묶여 있었다. 남편의 몸에서는 흉기에 찔린 상처가 발견됐으며, 아내에게서는 목이 졸린 흔적이 확인됐다.
경찰은 주변 CC(폐쇄회로)TV 등을 분석해 A 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10월 7일 전남광주 무안군의 한 아파트에서 긴급체포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처음부터 살해할 생각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 씨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게 하는 정황도 발견됐다. A 씨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자전거를 타고 피해자 주택을 찾았다. 범행 이후에는 자전거를 피해자 소유 1톤 화물차에 싣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후 약 2km 떨어진 영산강 죽산보 인근에 화물차를 버리고 자전거로 약 300m를 이동한 뒤 자전거마저 버렸다. 이후 자신의 승용차를 이용해 도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 씨가 여러 차례 이동수단을 바꾸고 CCTV 사각지대를 이용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A 씨가 피해자 주택에 머무른 약 2시간 30분 동안의 행적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나주경찰서 관계자는 이날 '일요신문i'와의 통화에서 "아주 어둡고 작은 시골 마을인데 방범용 CCTV가 마을 초입 쪽에만 있다"면서 "(주택 내 행적은)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하기 어렵다. 피의자 진술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범행 동기로 지목된 금전 문제 역시 실체가 불분명하다. A 씨는 피해자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으러 갔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채권·채무 관계는 피의자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면서 "사실로 확인된 게 아직 없어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혐의 변경 이유에 대해 "강도의 고의와 살인의 고의가 다 있다고 보기 때문에 강도살인으로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낸 경위는 아직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강도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강도 과정에서 고의 없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강도치사죄보다 무겁다. 다만 강도살인 혐의가 최종적으로 인정되려면 강도 범행과 살인 행위 사이의 법적 연관성이 입증돼야 한다.
2024년 6월 대법원은 강도 범행의 실행 중 또는 실행 직후 등 범죄행위가 아직 완료되지 않은 단계에서 살인이 이뤄져야 강도살인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살해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 별개의 의도로 금품을 가져갔다면 앞선 살인행위와 결합해 강도살인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A 씨가 피해자들을 결박하거나 살해할 당시부터 금품을 빼앗으려 했는지, 살해 이후 별도로 현금을 인출할 마음을 먹었는지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범행에 사용된 흉기의 출처와 피해자 부부가 살해된 순서 등도 규명해야 할 부분이다.
경찰은 아직 범행에 사용된 흉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흉기를) 수색 중"이라고 밝혔다. 구속영장 신청 일정에 대해서는 "오늘(8일) 중으로 신청할 예정"이라면서 "송치까지는 추가적으로 얼마나 보강 수사를 하게 될지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은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한 추측성 보도가 피해자 유족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며 구체적인 피의자 진술 공개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통해 범행 동기와 계획성, 금품 탈취 경위 등을 규명할 방침이다.
손우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