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잉글랜드-‘코파 아메리카’ 아르헨티나 우승후보 1순위…개최국 독일-미국 주목
#스포츠 도박사들이 꼽은 우승후보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서 각각 열리는 이번 대회의 우승후보 1순위는 각각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로 꼽힌다. 주요 스포츠 도박사들은 이들에게 표를 던졌다.
아르헨티나는 현재 피파랭킹 1위 국가이자 직전 월드컵(2022 카타르 월드컵) 챔피언이다. 베테랑 리오넬 메시부터 영건 엔조 페르난데스까지 약 2년 전 월드컵 우승 당시 전력을 대부분 유지하고 있다. 최대 라이벌 브라질이 상대적으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는 점도 이들에겐 호재다.
지난 역사도 아르헨티나로 기운다. 아르헨티나는 초대 대회에서 100년, 50회에 가까운(이번 대회는 48회) 대회 역사에서 가장 많은 우승 횟수(15회)를 자랑한다. 이들은 2021년 열린 직전 대회에서도 결승에서 라이벌 브라질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유로 2024 우승후보 잉글랜드는 다소 사정이 다르다. 프리미어리그라는 세계 최대 리그가 열리는 나라지만 유독 국가대항전과 인연이 없다. 축구 강국으로 불리는 여느 국가들과 달리 잉글랜드는 월드컵에서 우승 1회를 차지했을 뿐이다. 이마저 196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유로 대회에서는 아예 우승 경험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고평가를 받는 이유는 최근 흐름 때문이다. 그동안 축구 종주국으로 불리고, 슈퍼스타들이 즐비해 메이저 대회가 열릴 때마다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혔지만 저조한 성적을 내온 잉글랜드는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 부임 이후 달라졌다. 그는 잉글랜드 지휘봉을 잡고 나선 첫 대회,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4강에 올랐다. 28년 만에 잉글랜드가 월드컵 4강 무대를 밟은 것이다. 이후 열린 유로에선 사상 최초로 결승에 진출했다.
선수단 내 주요 자원들이 물오른 기량을 뽐내고 있다는 점도 잉글랜드의 강점이다. 주포 해리 케인은 2023-2024시즌 유럽 전체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에 등극했다. 미드필더 주드 벨링엄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맹활약하고 있어 가장 주목받는 선수가 됐다. 4년 전 유로에서 유망주였던 측면 자원 필 포든, 부카요 사카 등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들로 성장했다.
#이번엔 진정한 라스트 댄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라스트 댄스'라는 수식어가 자주 쓰였다.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들이 베테랑 반열에 들어선 탓이다.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노 호날두, 앙헬 디 마리아, 루카 모드리치, 올리비에 지루 등은 모두 30대 후반을 향한 나이였다. 당시 월드컵을 마치면 이들의 국가대표 커리어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 탓에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에 이 같은 수식어가 붙어 다녔다.
하지만 카타르 월드컵은 이들의 라스트 댄스가 아니었다. 지난 2년 사이 이들 중 일부는 빅클럽에서 활약 무대를 옮겼으나 국가대표 유니폼을 벗지 않았다. 메시, 호날두 등은 이번 여름에도 우승 트로피 사냥에 나선다.
지난 월드컵에서 우승의 한을 풀었기에 메시가 대표팀을 떠날 것이라는 전망은 빗나갔다. 메시는 월드컵 우승 3회를 상징하는 세 개의 별을 유니폼 한쪽 가슴에 달고 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자신의 일곱 번째 코파 아메리카 대회에 나선다. 연령별 대표팀 시절부터 거의 모든 커리어를 함께한 디 마리아도 동참할 예정이다.
1987년생 메시보다 두 살 많은 호날두도 유로 2024에 나선다. 지난 월드컵 이후 유럽에서 아시아(사우디아라비아)로 활동 무대를 옮겼으나 이번 시즌 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했다. 대회 예선 과정에서도 10경기 중 9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여전히 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예선에서 전승을 기록, 손쉽게 본선으로 향했다.
호날두와 동갑내기인 모드리치도 다시 한 번 크로아티아를 위해 뛴다.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교체로 출장하는 일이 잦아졌으나 국가대표로선 여전히 확고한 주전이다.
#개최국에 쏠린 눈
남미 국가들 간 대회였던 코파 아메리카에 이번에는 북중미 6개국이 참가한다. 개최지도 미국이다. 미국으로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은 이번 코파 아메리카 개최지면서 차기 월드컵 개최지기도 하다.
최근 미국 축구 시장 열기가 심상치 않다는 전언이 이어진다. 미국에서 많은 경기가 열릴 2026 북중미 월드컵(미국·캐나다·멕시코 공동개최)이 다가오면서 투자가 늘고 있다. 미국 프로축구 리그인 메이저리그사커(MLS)는 2022년 '애플'사와 중계권 독점 계약을 하며 25억 달러(약 3조 461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에 리그에는 스타들이 몰리고 있다. 메시 역시 미국에서 뛰고 있다. 메시가 활약 중인 인터 마이애미의 구단주는 또 한 명의 슈퍼스타 데이비드 베컴이다. 마이애미 홈경기뿐 아니라 이들의 원정 경기 또한 수만 명의 관중이 들어찬다.
미국 대표팀 분위기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1년 상반기까지 20위권 밖이던 피파 랭킹이 현재 11위까지 올랐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 이후 단행한 세대교체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미의 축구 강국들을 상대로 어느 정도 경쟁력을 보일 수 있을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유로 2024 개최지는 독일이다. 독일은 최근 수년간 실망스러운 모습을 많이 노출했다. 지난 두 번의 월드컵에서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하는 치욕을 겪었다. 2023년 9월에는 일본과 친선경기에서 1-4 대패해 체면을 구겼다. 이후 독일 역사상 최초로 감독을 경질하며 분위기를 수습했다. 이후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강국들을 잡아내며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로 2020을 끝으로 대표팀을 떠났던 베테랑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의 복귀가 반등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단기 토너먼트에 강한 전통, 대회 개최국이라는 이점이 독일을 주목하게 만들고 있다. 비록 최근 성적이 저조했으나 독일은 여전히 탄탄한 선수단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지션마다 스타들이 포진해 있으며 베테랑과 신예의 분포가 균형적이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리그 무패우승을 달성한 바이어 레버쿠젠 등 이번 시즌 인상적인 성적을 남긴 자국 구단의 존재감도 독일이 자신감을 갖는 이유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