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7대·맥북 41대 등 수상한 거래 내역, 개인투자금 절반 브로커 지급 의혹도…대표 A 씨 “음해성 제보”
![암 조기진단 의료기기 스타트업 B 사 대표 A 씨가 2021년 대학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B 사 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207/1738891920941138.jpg)
B 사는 2020년 중소벤처기업부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에 선정됐다. 팁스 프로그램은 민간 운영사가 스타트업에 먼저 투자를 진행하면 중소벤처기업부가 연구개발자금 5억 원 등 최대 7억 원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B 사는 신용보증기금이 선정하는 스타트업 지원 제도 ‘퍼스트펭귄 보증’에도 2021년 선정됐다. 연구개발단계 퍼스트펭귄 선정 기업은 최대 10억 원의 보증 지원을 받을 수 있다.
A 씨 포부는 당찼다. 그는 B 사 법인을 설립하기 전인 2019년 언론 인터뷰에서 “내년 매출 70억 원, 순이익 33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A 씨는 2022년 기술설명회에선 “혁신 기술을 입증하기 위한 임상 시험을 계속하겠다”며 “혁신 기술은 고비용의 내시경 등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B 사는 A 씨가 다니는 대학 학부생 모집요강에 ‘대표 학생창업 기업’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B 사에 2023년 합류한 C 씨가 겪은 현실은 달랐다. C 씨는 6개월간 임금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하고 퇴사했다. B 사 자금 사정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B 사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B 사 매출은 2021년 0원, 2022년 2040만 원이었다. B 사는 사실상 매출이 없어 회사 운영을 정부지원금과 투자금에 의존했다.
C 씨는 B 사의 자금난에 의문을 표했다. C 씨는 “B 사가 받은 정부지원금과 투자금 등을 합하면 B 사 규모 스타트업이 3년 만에 소진할 수준이 아니다”라며 “A 씨가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A 씨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빌라를 보증금 1억 5000만 원에 계약하고, 청담동 명품거리에서 구매한 명품을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로 판매한 뒤 지인 계좌로 판매대금을 수령했다”고 덧붙였다.
A 씨 중고거래 판매내역에선 정가가 수백만 원인 상품이 여러 건 포착됐다. 펜디 피카부백, 프라다 리나일론 백팩, 셀린느 크로스백, 리모와 트렁크 등이었다. 루이비통 스니커즈, 디올 스니커즈 등 A 씨가 중고거래로 판매한 고가 신발도 여러 개였다.
![암 조기진단 의료기기 스타트업 B 사 대표 A 씨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펜디 핸드백을 170만 원에 판매한 내역. A 씨는 판매글에서 매장가 652만 원 펜디 핸드백을 2023년 7월 구매했다고 소개했다. 사진=제보자 제공](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207/1738892204159905.jpg)
B 사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B 사는 2021년~2022년 지출 비용(판매관리비)이 12억 7000만 원에 달했다. 2021년 4억 7000만 원에서 2022년 8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접대비는 2021년 2000만 원에서 2022년 1억 4000만 원으로 1억 원 넘게 증가했다. B 사는 1년 사이 부채도 크게 늘었다. B 사 재무상태표에 따르면 B 사 장기차입금은 2021년 말 9억 원에서 2022년 말 20억 200만 원으로 11억 원 이상 증가했다.
C 씨는 A 씨가 개인투자자들로부터 받은 투자금 중 상당 금액이 투자 브로커에게 흘러갔다고 의심하고 있다. C 씨는 A 씨에게 2023년 12월 카카오톡으로 투자 브로커를 통해 받은 투자금 규모를 물었다. A 씨는 “11억 원 정도”라고 답했다. C 씨가 “그중 6억 원 정도가 투자 브로커한테 간 것이냐”고 되묻자 A 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C 씨는 A 씨의 정부지원금 횡령 의혹을 B 사 팁스 운영사에 2024년 4월 제보했다. 운영사 관계자는 “제보받은 내용을 토대로 조사를 진행했다. B 사가 잘못한 것 같다고 한국엔젤투자협회에 저희가 직접 신고했다”며 “저희가 수사기관이 아니다보니 한계가 있었다”고 2월 3일 통화에서 밝혔다. 한국엔젤투자협회는 팁스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주관기관이다.
운영사 관계자는 “B 사는 연구개발자금 5억 원을 잘 썼는지 회계 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8000만 원 정도가 불인정됐다”며 “8000만 원이면 큰 금액이다. 다른 기업들은 불인정이 많이 나와도 2000만~3000만 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엔젤투자협회에서도 특별 평가를 진행해서 B 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술정보진흥원 제재평가위원회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정부지원금 횡령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A 씨는 2월 6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2500명 대상으로 임상 성능 평가를 진행했다. 횡령했으면 무슨 돈으로 임상 성능 평가를 했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 씨는 C 씨 행적을 문제 삼았다. A 씨는 “C 씨는 지분 문제 등 이슈가 있어서 6개월 만에 퇴사하고 본인 회사를 차렸다”며 “그 회사도 암 진단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문제가 있었다면 6개월이나 일한 게 말이 안 된다”며 “퇴사를 하고 나서 문제들을 다 알게 됐다고 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 씨는 C 씨 제보 내용 중 일부 사실관계는 인정했다. A 씨는 “삼성동 빌라는 직원 숙소로 썼다. 서울 사무실을 만들면서 저를 포함해 직원 3명이 같이 살았다. 지하철 7호선이 바로 앞에 있기도 해서 거기로 했다”며 “보증금 1억 5000만 원에 월세 200만 원이었다. 회사 경비로 했다”고 설명했다.
B 사 서울 사무실은 금천구 가산동에 있었다. 삼성동 빌라에서 지하철로 출근하면 50분이 걸린다. 이에 관해 되묻자 A 씨는 “저희가 그때 한창 잘나갈 때였다. 투자를 많이 받았다”며 “팔자가 조금 폈으니 좋은 데서 살자고 해서 그렇게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A 씨는 아울러 “명품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엄청 비싼 것도 아니고 몇십 벌도 아니고 몇 벌 사서 리셀한 게 뭐가 그렇게 잘못이냐”고 반문했다. A 씨는 “C 씨야말로 임금 체불로 돈을 못 받았는데 롤렉스 시계를 차고 다녔다”며 “C 씨가 BMW 차량을 리스해달라고 해서 해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A 씨는 아이폰 7대, 맥북 41대 등 구입 내역에 관해선 “아이폰은 구매한 게 맞다. 직원들한테 나눠줬다”며 “맥북도 샀는데 41대는 아니다. 시스템 오류로 거래명세서에 중복 집계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거래처에서 잘못된 거래명세서로 미지급금을 독촉한 것이냐고 다시 묻자 A 씨는 “그 자리에 저는 없었다”며 “C 씨가 저한테 상황을 직접 이야기하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A 씨는 투자 브로커에게 보낸 6억 원에 대해선 “6억 원 정도의 회사 지분을 준 것”이라며 “그분이 개인투자자들을 데려와서 투자를 받았는데 수수료를 줄 방법이 없었다. 돈으로 주면 불법이니까 지분으로 했다”고 주장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