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대론에 ‘카톡 검열’ 논란 벌어지자 민심 이반 조짐…비명 주자들, 이재명 일극체제 비판 ‘틈새’ 작전
![지난 1월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대표가 웃으며 회의를 마무리 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212/1739339877008904.jpg)
1월 10일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보수 유튜버 6명을 고발하면서 “내란선전과 관련한 가짜뉴스를 커뮤니티에 단순히 퍼 나르거나 카카오톡을 통해서도 퍼 나르는 건 충분히 내란선전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일반인이라 할지라도 단호하게 내란선전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를 ‘카톡 검열’ 또는 ‘카톡 사찰’로 규정했다.
민주당은 가짜뉴스 강력 대응 방침 입장을 고수했다. 이재명 대표는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적”이라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카카오톡이 가짜뉴스 성역인가”라며 “가짜뉴스에 기생하고 기대서 이 나라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대해서는 우리 민주당의 역량을 총동원해서 엄정하게 책임을 묻고 반드시 우리 사회에서 퇴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카톡 논란이 벌어진 후 민주당 전남도당엔 항의성 또는 민원성 전화가 폭주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사람들이 (검열이) 진짜야? 이런 식이었다. 논란이 된 것은 맞다. 특히 젊은 층에서 좀 반응이 컸던 것 같다”고 전했다.
전남도당 한 관계자는 “전남의 동부권 쪽에서 좀 연락이 왔었다”며 “‘(민주당에서는) 카톡 검열을 안 한다고 했는데, 국민의힘에서 이렇게 현수막 같은 것으로 여론몰이를 많이 했는데 그런 것에 대해 대응하지 않느냐’ 그런 차원의 민원이 대부분”이라며 “저희도 내부에서 반대 홍보를 할 것이냐, 논의하다가 카톡 금지를 직접적으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 알아주실 거다. 그런 차원에서 설명을 해드리고 있다”고 했다.
호남 민심 악화는 여론조사 수치로도 나타났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수행하는 조사인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카톡 검열 논란이 있기 전 차기 대통령감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이 ‘이재명’이라고 응답한 호남 지역 유권자 비율은 57%였다(1월 9일 공표).
카톡 검열 논란이 발생한 다음인 1월 16일 공표된 NBS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이 차기 대통령으로 적합하다고 응답한 호남 지역 유권자 비율은 53%로 4%포인트(p) 감소했다. 1월 23일 공표된 여론조사에서는 43%로 10%p 급감했다(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2022년 12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인권위원회 출범식 및 제1차 회의에서 주철현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212/1739339887856031.jpg)
사퇴 당일 주 의원은 “산적한 지방 현안을 해결하고 호남의 목소리를 대변해 민주 정권 재창출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지만, 지역민들 기대에 부족함은 없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고 했다. 그러자 이 대표가 “주 최고위원이 갑자기 지역 관리 문제에 주력하겠다고 사퇴했다. 박수 부탁드린다”라고 화답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주 의원이 호남 민심 관리 특명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차기 전남도지사 선거를 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의 전남도당 관계자는 주 의원이 민심 이반 등을 관리하는 임무를 받고 내려간 것이 맞는지 묻자 “그렇다. 그런 것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주철현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실로 오는 항의는 전혀 없었다”며 “도당은 전남도 전체다 보니 전남도민 180만 명 중 항의 전화를 하는 분들이 있을 수는 있다”고 했다. 주 의원은 선거 전 조직정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고 설명했다.
#호남으로 향하는 잠룡들
비명계 대권 잠룡들은 일제히 호남을 찾았다. 이는 이재명 대표가 흔들리는 틈을 노리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들은 호남을 찾아 다양성을 강조하며 이재명 일극체제를 비판했다.
김부겸 전 총리는 2월 7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민주당은 다양성·포용성과 같은 민주성이 보장될 때 국민 신뢰가 가장 컸다”며 “민주당의 폭을 넓히고 탄핵에 찬성한 여러 세력의 힘을 엮어 대한민국의 다음 에너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이재명 일극체제’를 에둘러 비판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 사진=이종현 기자](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212/1739339897444757.jpg)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2월 13일 호남을 찾는다. 앞서 김 지사는 2월 5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이재명 대표 ‘흑묘백묘론’을 언급하며 “쥐는 사라지고 고양이만 남으면 무슨 의미가 있냐”며 “쥐를 쫓아가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실용주의 노선을 비판한 것이다.
민주당에서 나간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움직이고 있다. 이 전 총리는 1월 10일 광주 전일빌딩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요즘 몇 년 사이 전례 없는 ‘일극 체제’의 늪에 빠졌다”며 “다양성과 포용성이 없어지고 폭력적 배타적 언동이 인기를 끄는 지금의 당내 문화로는 극단정치를 청산할 수 없다”고 했다.
정가에선 비명계 잠룡들의 이러한 움직임을 차기 대선과 연관 짓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후보로서 광주를 찾아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후보직을 내려놓고 정계은퇴할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호남은 상징성이 남다른 지역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잡아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2002년 노무현의 ‘광주 돌풍’이 대표적 사례다.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이재명 대표에게 위기가 온다면 그 위기가 처음 반영되는 곳은 호남일 것이다. 호남에서부터의 판단이 달라져야 비명계도 자기들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가 대선 패배 직후부터 대표가 되는 과정까지 과거 민주당 지도자에게 보여줬던 열광적인 흐름은 없었다”며 “호남이 늘 구도 정리 기회를 한 번씩 준다. 민주당 주류가 잡고 있는 지역이고 지지 기반이기 때문에 호남을 소홀히 한다. 이런 정서가 생기면 빈틈이 돼 역공당하는 수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