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중에도 여전히 투자 유치 홍보활동 정황…총괄대표 “후원금 유치 없어, 사기 아냐”
![흥남철수 주역으로 알려진 '레인 빅토리호'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 페드로 항에 정박해 있다. 사진=L 사 홍보영상 캡처](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207/1738902359178467.jpg)
회의에 참석했던 B 씨는 A 씨 통화 내용을 함께 들었다. B 씨는 기자에게 수년 전 L 사에 수십억 원을 투자했다가 돌려받지 못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B 씨는 “박 씨로부터 투자금을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B 씨는 “A 씨에게 사기를 쳐 내 돈을 돌려주겠다는 것이었다는 구조를 알게 됐다.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했다. B 씨는 “2023년 박 대표가 사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기도 했는데, 아직도 사기 행각을 이어가고 있는 모양”이라고 주장했다.
레인 빅토리호는 흥남철수 서막을 올린 주역으로 꼽히는 선박이다. 1950년 12월 8일 레인 빅토리호는 피란민 약 7000여 명을 원산에서 부산으로 실어 날랐다. 레인 빅토리호가 원산을 떠난 지 일주일 뒤인 12월 15일부터 12월 24일까지 흥남부두에서 약 9만 1100명에 달하는 피란민이 메러디스 빅토리호(1만 4500명), 버지니아 빅토리호(1만 4000명) 등 군함을 통해 거제로 이동했다.
흥남철수 당시 가장 많은 피란민을 실어 나른 주역인 선박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단일 선박으로 최다 인원을 구출한 배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그러나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이름값만큼 명예로운 결말을 맞지 못했다. 1971년 퇴역한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1993년 중국에 매각돼 고철로 분해됐다.
세 번째로 많은 피란민을 실어 나른 레인 빅토리호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인근 샌 페드로항에 정박해 역사박물관으로 활용돼 왔다. 2010년대 중반 레인 빅토리호에 대한 미국 정부 재정 지원이 끊기며, 고철 취급을 받은 메러디스 빅토리호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국회사진취재단](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207/1738902633141821.jpg)
문 전 대통령은 미국 버지니아주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흥남철수 작전 성공이 없었다면 내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 부모는 흥남철수 때 피난을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흥남철수와 관련한 대중의 관심도가 높아지며, 레인 빅토리호 국내 인도 추진 명분도 뚜렷해졌다.
2013년 결성된 ‘레인 빅토리함 한국 인도 추진단’이 2017년 레인 빅토리호를 거제로 인도해 평화기념공원을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당시 추진단 소속 핵심 관계자는 일요신문에 “증기선인 레인 빅토리호는 이미 엔진이 모두 고장난 상태”라면서 “한국으로 레인 빅토리호를 인도하려면 선박 수리, 승조원 모집, 승조원 체재비 및 교통비 지원, 선박 안전성 등 모든 부분이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미군 예비역 단체 소유인 레인 빅토리호를 가져오려면 미국 정부와도 협의가 돼야 하는 문제”라면서 “예산, 안전성, 정무적인 포인트가 모두 잘 풀려야 인도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업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라고 했다.
2022년엔 국가보훈부가 직접 나서 레인 빅토리호 국내 인수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복잡한 인도 절차, 예산 및 안전성 문제 등이 겹치며 사업이 중단됐다.
![L 사는 레인 빅토리호를 한국으로 인도한 뒤 레인빅토리아일랜드 조성을 할 것이란 청사진을 내놨다. 사진=L 사 홍보영상 캡처](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207/1738902697788356.jpg)
이런 가운데 일요신문은 18분 분량의 L 사 홍보영상을 입수했다. 우선 영상엔 박 대표 인터뷰가 나온다. 박 씨는 “제 손에 들고 있는 것이 레인 빅토리호 한국 인도 합의각서”라면서 “저와 함께한 수많은 사람과 수년의 노력 끝에 우리는 해냈다”고 강조했다.
박 씨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면서 “레인 빅토리호는 이제 대한민국 유물이 돼 전 세계인들에게 알려질 것”이라고 했다. 홍보 영상엔 레인 빅토리호를 한국에 인도한 뒤 종합 휴양관광시설인 ‘레인빅토리 아일랜드’를 건립하겠다는 청사진도 담겼다. 컨벤션센터, 수상호텔, 실향민 전시관 등 시설을 개발 및 운영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홍보영상엔 L 사 회장으로 소개된 고 아무개 씨 발언도 소개됐다. 고 씨는 “죽는 순간까지 사명을 다해 이 배를 한국에 데려오는 사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2023년 고 씨는 사기 혐의로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기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흥남철수 주역인 레인 빅토리호는 서울 등지에서 이미 사기의 미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지금은 부산 등 지역에서 사기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애국심으로 투자금 및 후원금을 냈던 이들은 피해자가 됐다”고 했다.
![레인 빅토리호 한국 인도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는 박 아무개 씨. 사진=L 사 홍보영상 캡처](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207/1738902926363561.jpg)
2월 7일 박 씨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내가 사기꾼이라면 벌써 잡혀갔을 것”이라면서 “레인 빅토리호를 한국으로 가져오는 것이 잘못된 일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레인 빅토리호 한국 인도 가능성과 관련해 “합의각서를 받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나는 레인 빅토리호 사기사건과 무관하고, 투자·후원금을 모금해본 적도 없다”면서 “레인 빅토리호를 한국으로 가져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일인데 이런 일을 도와주지 못할 거면 방해라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인 빅토리호 한국 인도 사업 사기 의혹과 관련해 박 씨는 “사기 의혹이 있으면 경찰에서 조사를 할 것이고 경찰이 날 입건할 것”이라면서 “죄 지은 사람이 있으면 누군가가 고소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박 씨는 “미국 영주권자인 내가 한국에 와서 고시원 같은 데서 겨우 생활하면서 (레인 빅토리호 한국 인도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기나 다단계는 나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