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전현무·장성규 계보 이으면 ‘홈런’…오상진·한석준·조우종 따르면 ‘평타’
![MBC 간판 아나운서로 불리던 김대호가 프리랜서를 선언했다. 사진=MBC 제공](https://storage1.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207/1738894136956304.jpg)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가진 자들은 경계에 서 있다. TV를 통해 노출돼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만 벌이에는 한계가 있다. 월급이라는 안정적 수입원이 있지만 이는 일반 직장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프로그램당 출연료는 4만 원 수준이다. 외부 행사 참여도 제한된다. 회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상업 광고도 찍을 수 없다. 김대호도 “CF 15개를 거절했다”고 밝힌 바 있다.
통상 연예인들의 인기와 수입은 비례한다. 인지도가 높을수록 몸값도 높아진다. 하지만 아나운서는 이 공급과 수요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남들과 똑같은 월급을 받지만, 인기가 높기 때문에 출연해야 할 프로그램은 많다. 조직 생활을 위해 눈치를 살펴야 하고, 간간이 라디오 뉴스에도 투입된다. 전형적으로 ‘더’ 일하고 ‘덜’ 받는 구조다. 그러니 아나운서의 인기 상승은 퇴사라는 결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예능형 아나운서 성공시대
김성주, 전현무, 장성규 등은 프리랜서 선언 후 확연히 성공한 3대장으로 불린다. 그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예능에 최적화돼 있다는 것이다.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이라는 시장을 개척한 김성주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MBC 재직 시절 ‘황금어장’에 출연해 노란색 쫄쫄이 의상도 입었다. 그러면서 뉴스를 진행하고 스포츠 캐스터로도 활동했다. 결국 그는 프리를 선언했다. 그 직후 김성주는 서울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도 밝혔다. 이 과정에서 그가 고급 승용차를 받았다는 것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MBC에서 퇴사하고 이제는 연예인이 된 김성주가 그의 가치에 합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당시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그만큼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가진, 혹은 가졌던 이들에 대한 선입견이 컸기 때문이다.
![KBS에 몸담고 있을 때도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전현무는 퇴사 후 물 만난 고기마냥 예능감을 드러냈다. 사진=MBC 제공](https://storage1.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207/1738894174477385.jpg)
장성규는 예능이 출발이었다. MBC ‘일밤’에서 진행했던 신입 아나운서 오디션 ‘신입사원’에 참여했지만 탈락했다. 그 이후 JTBC 아나운서가 된 그는 ‘아는 형님’을 비롯해 다수 예능에 출연했다. 모두가 일찌감치 그의 프리 선언을 예상했고, JTBC를 떠난 장성규는 다양한 예능을 섭렵하게 빠르게 자리 잡았다.
하지만 오상진, 한석준, 조우종은 다르다. 이들 역시 여러 예능에 참여하고 드라마에도 출연했다. 그러나 ‘망가진다’는 수준을 놓고 봤을 때 김성주, 전현무, 장성규를 따라가지 못했다. 예능형보다는 교양형에 가까웠다. 그렇다 보니 그들의 쓰임도 제한적이었다.
그들의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상대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이 더 많이 제작되기 때문에 김성주, 전현무 등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갔다. 물론 진지한 기업 행사 등에서는 오상진, 한석준 등을 더 선호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적 노출도가 높은 예능을 통해 스타가 된 이들과는 개런티 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방송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대표작’을 만들어라
‘아나운서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어내기 위해서는 대표작이 필요하다. 김성주에게는 ‘슈퍼스타K’였다. 이 프로그램은 대한민국에 오디션 붐을 몰고 왔고, 김성주는 경연 프로그램을 가장 잘 진행하는 MC로 자리매김했다. 그 결과 ‘미스터트롯’ 시리즈와 ‘복면가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김성주표 예능’을 배출했다.
![‘슈퍼스타K’ 이후 김성주는 경연 프로그램을 가장 잘 진행하는 MC로 자리매김해 ‘미스터트롯’ 시리즈와 ‘복면가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김성주표 예능’을 배출했다. 사진=TV조선 제공](https://storage1.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5/0207/1738894200050138.jpg)
JTBC 출신인 장성규는 오프라인에서 벗어나 온라인을 공략했다. 그의 직업 체험기를 담은 ‘워크맨’의 현재 구독자는 418만 명이 넘는다. 특히 에버랜드 편에서 놀이기구 ‘아마존 익스프레스’ 아르바이트에 도전했고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을 기점으로 장성규는 탄탄하게 자신 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이렇게 놓고 봤을 때, 이제 막 프리 선언한 김대호에게 새롭게 도전할 플랫폼은 딱히 없다. 하지만 그가 인기를 얻은 뒤에도 장기간 MBC를 지키며 헌신한 이미지는 약이 됐다. 대중은 오히려 그의 ‘탈MBC’를 응원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대중의 마음은 쉽게 바뀐다. 아나운서 시절과 다른 ‘플러스 알파’를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기간에 도태될 수 있다. 모두가 웃는 얼굴로 대하지만, 방송가는 그야말로 ‘야생’이기 때문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