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작품 ‘디즈니+’에 밀렸지만 ‘오겜2’ ‘중증외상센터’ 연속 흥행으로 다시 주도권 쥐어
1월 24일 공개된 ‘중증외상센터’는 환자를 살릴수록 적자가 쌓이는 눈엣가시 대학병원 중증외상팀에 전쟁지역을 누비던 천재 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 분)이 교수로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실제 의사가 쓴 메디컬 웹소설 및 웹툰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오리지널 한국 작품 가운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 이은 두 번째 메디컬 장르다.
공개 1주 차 성적으로 넷플릭스 비영어권 드라마 3위, 전체 콘텐츠로는 6위에 올랐던 ‘중증외상센터’는 입소문을 타면서 일주일 만에 국내외 시청자들의 유입을 이끌었다. 2월 5일 넷플릭스 시청 순위 사이트인 투둠에 따르면 ‘중증외상센터’의 공개 2주 차 시청 수(시청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는 1190만, 시청 시간은 8270만 시간으로 집계됐다.
이는 영어권 작품과 통합해도 같은 기간 1520만을 기록한 ‘더 나이트 에이전트’(The Night Agent)에 이어 2위에 이르는 수치다. 더욱이 2024년 12월 공개 직후부터 줄곧 비영어권 순위 1위 자리를 지켜온 ‘오징어 게임2’를 2위로 밀어낸 작품이라는 점에서 해외 시청자들의 더 큰 관심도 이어지고 있어 비영어권을 넘어선 전체 순위 상승세도 기대해볼 만하다.
사실 ‘중증외상센터’의 이 같은 흥행 기세는 공개 전부터 낙관적으로 예상되던 미래는 아니었다. 메디컬 장르임에도 히어로 장르처럼 보일 정도로 판타지적인 요소를 많이 집어넣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해외보단 국내 시청자들에게 더 크게 어필할 것으로 파악된 탓이었다. 앞서 ‘오징어 게임’이 해외 시청자들에게 미친 시청 낙수 효과가 이 직후 공개된 ‘마이 네임’, ‘지옥’ 등에도 영향이 있었던 것처럼, ‘오징어 게임2’의 영향력도 ‘중증외상센터’의 해외 시청 신규 유입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있긴 했어도 100% 낙관적이진 않았다.
이처럼 ‘아주 큰 기대’가 뒷받침되지 않았던 작품의 예측 이상의 흥행에 ‘더 글로리’ 이후 다소 잠잠했던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의 ‘새로운 신드롬’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모이고 있다. 2021년 ‘오징어 게임’ ‘지옥’(시즌1 한정), 2022년 ‘지금 우리 학교는’, 2022~2023년 ‘더 글로리’ 등이 공개 후 넷플릭스 전체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하며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꾸준한 인기를 얻어온 반면, 2023년 하반기부터 지난해까지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작품들은 연상호 감독의 ‘기생수: 더 그레이’ 정도를 제외하면 국내에서도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오히려 이 시기엔 넷플릭스보다 ‘무빙’ ‘킬러들의 쇼핑몰’, ‘강남 비-사이드’, ‘조명가게’ 등을 연달아 내세운 디즈니+(플러스)에 시청자들이 몰렸다.
2024년 연말 공개된 ‘오징어 게임2’가 구세주로 여겨지던 상황 속,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중증외상센터’의 등장으로 OTT 플랫폼의 시청 주도권은 다시 넷플릭스에게 넘어가게 됐다. ‘중증외상센터’를 뒤이어 아이유-박보검의 로맨스 ‘폭싹 속았수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로 시작해 이미 시청층을 확보한 ‘약한영웅 Class 2’ 등이 오는 6월 27일 ‘오징어 게임3’ 공개 전까지 연달아 대기 중인 만큼 2025년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의 인기는 당분간 아성을 지킬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증외상센터’의 국내외 인기 요인을 ‘한국 드라마답지 않은 새로움’과 주연인 주지훈 그 자체에서 찾았다. 익명을 원한 한 홍보사 관계자는 “보통 메디컬 드라마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삶과 죽음을 조명하면서 인간의 희로애락이 강조되는 지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이 지점이 ‘신파’로 지적되면서 시청자들의 호불호를 갈리게 하기도 한다”라며 “반면 ‘중증외상센터’는 눈물이 나올 만한 신에서도 ‘다 울었니? 그럼 할 일 하자’는 식으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게 해 시청자들이 하나의 감정에 매몰되지 않도록 만든다”고 설명했다. 신파는 덜어내고, 서사의 속도감을 붙이면서 ‘사이다 감성’에 익숙한 국내 시청자들과 빠르고 간결한 전개를 선호하는 해외 시청자들을 모두 만족시켰다는 것이다.
앞서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의 해외 인기 포문을 열었던 ‘킹덤’ 시리즈의 주연인 주지훈의 컴백작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킹덤’ 시리즈의 이창으로 주지훈을 처음 본 해외 시청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해외에선 ‘중증외상센터’가 그의 5년 만의 넷플릭스 컴백작이라는 것이 먼저 이슈가 됐었다”라며 “배우의 인기가 첫 발판이 됐고 작품 자체로도 입소문을 꾸준히 타고 있기 때문에 시즌 2가 제작될 경우 앞선 인기작들 만큼, 내지는 그 이상의 흥행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