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기록 좋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 많아…오타니에게 존중받는 김혜성이 부러워”

KIA 타이거즈의 스프링캠프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그레이트 파크 베이스볼 콤플렉스. 전년도 통합 우승 팀이라 그런지 KIA 캠프 분위기는 쾌청한 날씨처럼 ‘맑음’ 그 자체였다. 2월 7일(한국시간) 진행된 김도영과의 인터뷰를 정리한다.
지난겨울 동안 김도영은 처음 경험하는 일들이 많았다. 패션 잡지 화보도 찍고,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공개했다. 외부 일정이 많으면 개인 훈련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법. 김도영은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내심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고 솔직히 털어놓는다.
“방송 출연 등으로 운동을 해야 하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생각에 조금 불안하기도 했다. 외부 일정을 많이 소화한 만큼 며칠 즐기고 난 다음 개인 훈련하며 올 시즌을 독하게 준비했다. 야구를 더 잘해야 팬들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김도영은 인터뷰 때마다 종종 타순과 관련된 질문을 받는다. 지난해 3번 타순에서 380타석을, 2번 타순 168타석에 들어섰고, 올해도 주로 3번 타순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을 테이블 세터가 아닌 김도영-위즈덤-나성범(최형우)의 클린업 트리오를 고려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타순에 대한 욕심이 없다. 1번 타순도 1번 타자대로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 3번도 마찬가지고. 나는 상위 타선이면 다 좋다. 그래도 굳이 꼽는다면 2번이 제일 편했다. 2번에 나서면 이어줘야 한다는 마음에 조금 더 편하게 들어갔다. 1번 타자는 타석 들어설 준비 시간이 촉박해 어려운 면이 있었다.”

4년 차에 불과한 김도영의 해외 진출은 빠르면 2028년이 되겠지만 지난해 최연소 30(홈런)-30(도루) 달성과 리그 MVP에 오른 김도영의 시선은 자연스레 메이저리그로 향해 있다. 그러면서 나온 타격폼 이야기.
“(메이저리그 진출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지금도 타격폼을 바꾸고 싶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성적이 좋지 않을 때 타격폼을 바꾼다. 나는 지난해 좋은 기록을 나타냈지만 그래도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올해 타격폼을 바꾸는 걸 시도해 보고 싶다. 물론 아직 (메이저리그 진출까지에는)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서두르고 싶지는 않다. 신인 때 이런 일이 있었다. 내가 타격폼을 바꾸려고 했더니 코치님들이 어차피 원래의 폼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말씀해주시더라. 그런데 지금의 나는 신인 시절과 다른 타격폼을 구사한다. 원래의 폼으로 돌아가지 않고 바뀐 폼으로 치고 있는 걸 보면 야구에 정답이 없는 것 같다.”
김도영은 타격폼에 대해 설명하다 인상적인 내용을 전한다.
“지난해 내 기록은 좋았지만 야구를 알 만한 사람들한테는 인정을 못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더 연습해야 하고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어떤 부분에서 부족하다고 느끼는지 되물었더니, 김도영의 대답이 이어진다.
“타석에서 투 스트라이크 이후의 모습이 좋지 않고, 디테일함이 떨어진다. 좋은 투수들을 상대할 때의 공략법도 잘 찾아내고 싶다.”
지난해 8월 9일 KIA 삼성전 9회 말 무사 2루 상황이었다. 1점 차로 뒤지던 KIA가 절호의 찬스를 잡았고, 그 중요한 순간에 김도영이 타석에 들어섰다. 앞선 타석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던 김도영은 삼성의 마무리 오승환의 커브를 공략했고, 공이 내야를 벗어나지 못한 채 유격수 앞으로 향했지만 출루 의지가 강했던 김도영은 끝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출루에 성공한다. 이후 나성범의 동점 적시타에 이은 서건창의 안타로 KIA는 9-8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김도영은 2023년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가 좌측 엄지 중수지절관절 내측 측부인대 파열 및 견열골절 부상을 입었다. KIA 선수단은 부상 방지를 위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금지와 함께 벌금 1000만 원을 책정했지만 삼성전에서의 김도영은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당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하는 순간 벌금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사실 선배님들한테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관련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부상 위험이 있어도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1승을 가져올 수 있다면 모두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발이 더 빠르다고 하지만 나는 무조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더 빨리 베이스에 닿는다고 생각한다. 자주 그런 모습이 나오지 않겠지만 정말 중요한 경기라면 내 몸이 슬라이딩으로 움직일 것 같다.”
최근 한화 이글스의 노시환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도영에게 홈런왕 경쟁을 제안했다. 2023년 31개의 홈런으로 외국인 타자들을 제치고 당당히 홈런왕과 3루수 골든글러브에 올랐던 노시환은 2024년 어깨 부상으로 부침을 겪었다. 대신 2024년에는 새로운 거포 3루수가 두각을 나타냈다. 김도영은 141경기에서 타율 0.347, 38홈런, 109타점, 143득점, 장타율 0.647을 기록하며 3루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김도영과의 인터뷰 중 노시환이 제안한 홈런왕 경쟁 이야기를 꺼냈다. 김도영은 미소를 짓더니 “(노)시환이 형이랑 내기할까요?”라고 반응한다.
“기사를 통해 (노)시환이 형이 말한 내용을 봤다. 시환이 형은 3루수로서 모든 걸 다 갖춘 선수다. 그런 선배가 나한테 홈런왕 경쟁을 벌이고 싶다고 말해준 것 자체가 이제 4년 차인 나한테 과분하고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KIA가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 대신 패트릭 위즈덤을 영입한 이유는 홈런 때문이다. 위즈덤은 2012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52번으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지명됐을 정도의 특급 유망주였다. MLB 통산 88홈런을 기록한 위즈덤은 지난해 타율 0.171 8홈런으로 부진했다. KBO리그에서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노리고 있는 위즈덤에 김도영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캠프에서 타격 훈련하는 걸 지켜봤는데 모든 공을 다 중심에 맞추더라. 배트 끝에 맞추거나 먹히는 타구 없이 중심에 맞추는 걸 보고 진짜 홈런을 많이 칠 거란 기대를 갖게 했다. 우리 리그랑 아주 잘 맞는 유형의 선수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테스형’ 소크라테스 브리토에 대한 그리움이 없는 건 아니다.
“내가 신인 때부터 함께했던 형이라 정이 많이 들었다. 성격도 굉장히 좋았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보류권이 풀린) 그 형을 KBO리그의 상대 팀으로 만난다면 조금 이상하고 어색할 것 같다.”
메이저리그에 대한 관심이 드높은 김도영은 LA 다저스에 입단한 김혜성이 부럽다고 한다. 이유를 물었더니 “(김)혜성 형이 오타니 선수의 ‘샤라웃(Shout Out의 한국말 발음으로 상대방에 대한 존경이나 존중을 표현하는 행위)’을 받지 않았나. 나도 그럴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김도영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새삼 그의 나이를 떠올렸다. 만 22세인 그의 인터뷰 태도와 답변 내용들이 굉장히 차분하고 정리된 상태였다. 야구에 대한 주관과 욕심도 대단했다. ‘슈퍼스타’가 그냥 붙는 타이틀이 아니었다. 김도영은 올 시즌 또 어떤 스토리로 한 시즌을 채워갈지 궁금할 따름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