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딩팀 직원 A 씨 지난 1월 재산 동결…사기·배임 등 혐의 ‘권도형 공범’ 적시돼

검찰은 A 씨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테라폼랩스에선 테라 코인이 루나 코인과 알고리즘 연동을 통해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한다고 홍보했었다. 하지만 검찰은 테라 코인 가격 고정 알고리즘이 처음부터 실현 불가능해 작동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테라폼랩스 트레이딩팀이 인위적인 조작으로 테라 코인 가격을 유지했다며 사기 등 혐의를 적용했다.
A 씨는 2021년 1월부터 테라폼랩스 트레이딩팀에서 일했다. 자금 및 가상자산 관리 업무 등을 담당했다.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 권도형 씨와 신현성 씨는 2020년 3월 사업을 분리했다. A 씨는 신현성 씨가 테라폼랩스를 떠난 이후 입사해 권도형 씨와 함께 일한 인물인 셈이다. 검찰이 2023년 4월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관련해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 신현성 씨 등 10명을 기소할 때 A 씨는 기소하지 않았다.
A 씨에 대한 체포영장은 발부됐었다. 검찰은 테라·루나 폭락 사태 피의자 중 해외에 머물고 있던 A 씨를 포함해 권도형 씨,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 한창준 씨, 테라폼랩스 트레이딩팀 총괄 B 씨 등 6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2022년 9월 청구해 발부받았다.
검찰은 2022년 10월 귀국한 트레이딩팀 총괄 B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 피의자에 대한 첫 구속영장 청구였다. 하지만 법원은 B 씨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테라·루나 코인이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하는지 법리상 다툼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A 씨는 여전히 국내 거주지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A 씨에 대한 추징보전 결정문에서 A 씨 주소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로 적시됐다. 90일 이상 해외에 체류하는 경우 주소지를 해외체류 신고 당시 관할 주민센터로 둘 수 있다.
A 씨는 2022년 10월 외교부를 상대로 여권반납명령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체포영장 발부 이후 여권이 무효화되자 이에 반발했던 것이다. 여권법에 따르면 장기 3년 이상 형에 해당하는 죄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해외 체류자는 여권 발급이 거부될 수 있다.
A 씨는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4명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해 외교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여권반납명령 집행정지도 함께 신청했다. 하지만 집행정지 신청은 2022년 11월 기각됐다. A 씨는 본안 소송은 2024년 4월 취하했다.

검찰은 테라폼랩스에서 미러 프로토콜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종하고 있음에도 알고리즘에 의해 시세가 형성되는 것처럼 일반 투자자를 속였다고 보고 있다. 또 검찰은 앵커 프로토콜의 20%에 가까운 이자는 별다른 근거 없이 설정돼 역마진 구조가 발생했음에도 테라폼랩스에서 자전거래를 통해 이자 지급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꾸몄다고 보고 있다.
A 씨는 배임 혐의도 받는다. A 씨 등은 2022년 5월 루나 폭락 사태 당시 비트코인 8만 개를 루나 가격 방어에 사용한다고 공표해놓고 그중 1만여 개를 자신들이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또 A 씨 등은 루나 코인 발행 한도 10억 개를 제한·유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아 루나 발행량이 6조 개에 이르게 해 루나 가치를 더욱 폭락시킨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A 씨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테라·루나 투자자들이 미러 프로토콜, 앵커 프로토콜 등 테라폼랩스 사업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받아 테라·루나 코인은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이 왜 하필 지난 1월 A 씨 재산 추징보전에 나섰는지는 의문이다. 검찰은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 신현성 씨 등에 대해서는 2022년 11월~12월 재산을 추징보전했다. 권도형 씨에 대해선 2023년 4월 재산을 추징보전했다. 권 씨가 해외 도피를 하다가 몬테네그로에서 2023년 3월 붙잡힌 뒤였다. 권 씨와 함께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혔던 한창준 씨에 대해선 2023년 12월 재산을 추징보전했다.
검찰은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관련해 2023년 4월 신현성 씨 등 10명을 재판에 넘겼다.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 한창준 씨는 국내 송환된 2024년 2월 기소했다. 한 씨는 권 씨와 달리 미국에서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지 않았다. 한 씨에 대한 재판은 2024년 4월 신현성 씨 등에 대한 재판에 병합됐다. 검찰은 A 씨를 기소했다고 발표한 적은 없다.
검찰이 권도형 씨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A 씨에 대한 법적 절차에 돌입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권 씨는 2024년 12월 31일 미국으로 송환됐다. 권 씨가 2023년 3월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지 1년 9개월 만이었다. 핵심 피의자 권 씨가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지난 1월에서야 A 씨 재산을 추징보전한 이유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고만 밝혔다.
한편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신현성 씨 등은 사기,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신 씨 등은 “국내 공신력 있는 대형 로펌에서 각종 법률을 검토받고 금융당국 입장도 확인해 적법하게 사업을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또한 “투자자들이 루나 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 테라폼랩스 사업 결과의 손익을 귀속받는다고 보기 어렵다”며 자본시장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