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중심 경영 기조, 매출 볼륨 작아 상장 걸림돌…오아시스 “우량 회사로 키우면서 IPO 모색”

오아시스의 2024년 1~3분기 매출은 388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4%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86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늘리면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2011년 창립 후 꾸준히 흑자를 지속하고 있는 오아시스는 새벽배송 서비스 업계에서 유일하게 연간 기준 흑자를 기록 중이다.
오아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온라인 부문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하면서 전체적인 매출 성장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오아시스마켓을 월 6회 이상 이용하는 충성 고객의 매출 비중이 85%로 늘었다.
소비자 생활협동조합(우리생협)에서 출발한 오아시스는 생산자 직거래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소싱해 저마진으로 소비자들에게 내놓으면서 주부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다. 초창기부터 입소문을 통해 외형 확장을 이뤄냈기에 광고비 지출도 낮은 수준이다. 오아시스에 따르면 최근 연도 매출액 대비 광고선전비 지출 비중은 약 0.7% 수준이다.
2018년부터는 온라인 새벽배송을 시작하면서 온라인 중심으로 매출이 급성장했다. 2018년 31개였던 오아시스마켓의 오프라인 매장 수는 2022년 기준 53개까지 확대됐다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49개로 소폭 줄었다. 온·오프라인 옴니 전략을 이어나가면서 효율적인 재고 관리도 가능해졌다. 온라인 새벽 배송을 마친 뒤 직영 매장에서 재고가 소진되기 때문에 평균재고보유기간과 재고폐기율 및 비용이 낮은 편이다.
오아시스는 창립 초기부터 무리한 외형 성장보다는 수익성 중심 경영 기조를 이어나가고 있다. 온라인 물량은 늘어나고 있지만 오아시스는 배송서비스 간소화를 택했다. 하루 2회 진행하던 주간배송 서비스를 2023년 10월 일 1회로 통합했다. 외형 성장보다는 수익성을 지키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영업이익 내면서 성장했다는 것은 굉장히 경영을 잘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경쟁사인 컬리보다 메리트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라며 “특히 오아시스의 모회사인 지어소프트가 5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이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일관적인 경영 기조를 유지할 수 있어 상장 후 기존 투자자들의 엑시트로 인한 주가 하락 등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에게도 관심을 끌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 비교가 가능한 이커머스의 특성 상 단골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데 오아시스의 상품군은 품질이 좋으면서도 저렴하기 때문에 가정주부들이 충성고객이 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렇게 한번 팬층을 확보해두면 컬리가 ‘뷰티 컬리’ 론칭 후 매출 규모를 확 키웠던 것처럼 추후 오아시스도 다른 커머스로 확장해 매출 규모를 띄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오아시스는 2011년 사업 개시 이래 무차입 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 수익을 내고 있지만 IPO 도전에는 고배를 마셨다. 2023년 2월 수요예측 단계에서 원하는 만큼의 기업가치를 책정받지 못한 오아시스는 기존 투자자의 반대로 IPO를 철회했다. 오아시스는 IPO 재도전과 사업 확장을 위해 지난해 11번가 인수를 추진했지만 이번에는 11번가의 재무적투자자(FI)인 국민연금공단이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탓에 오아시스의 매출 볼륨이 지나치게 작은 점이 상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아시스의 2021~2023년 3년간 매출은 각각 3569억 원, 4272억 원, 4754억 원이다. 2015년에 출범하면서 신선식품 새벽배송업계에서 경쟁사로 꼽히던 컬리의 경우 같은 기간 매출 규모는 1조 5614억 원, 2조 372억 원, 2조 774억 원에 달한다. 2010년에 종합몰로 출범한 쿠팡은 같은 기간 20조 3635억 원, 26조 5917억 원, 31조 원 규모의 매출을 냈다.
쿠팡과 컬리 모두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며 매출 볼륨을 키운 뒤 흑자로 전환하는 흐름을 타고 있다. 쿠팡은 2022년 3분기 첫 영업흑자를 기록하며 2023년 처음으로 연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1분기에 첫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컬리의 경우 2024년 창사 이래 최초로 연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EBITDA는 이자비용, 법인세, 감가상각비를 차감하기 전에 순수한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기업의 수익성과 실제 현금 창출력을 추정해볼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오아시스의 경우 현재 더 수익성이 좋아지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감소하고 온라인 매출이 성장하면서 새벽배송, 당일배송과 같은 고비용 물류 서비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포장·배송비, 창고관리비 등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오아시스 물류센터의 자동화율이 낮아 입출고 비용 개선이 어렵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친환경 및 유기농 제품 등 기존 강점을 가진 카테고리만으로는 활로 모색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리스크로 없이 알짜로 차곡차곡 키우기는 했는데 거기까지가 한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상품군이 적어서 달걀, 우유, 두부 등 오아시스가 강점을 갖고 있고 주부들이 선호하는 품질 좋고 저렴한 ‘미끼 상품’들만 장바구니에 담고 더 안 담는 경우도 많다. 광고비를 안 쓰니 건강식이나 유기농 챙기는 주부들 외에는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라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오아시스가 구색뿐만 아니라 배송 지역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아시스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지역은 수도권과 충청권 일부 지역에 그치고 있다. 앞서의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사실 커버할 수 있는 지역이 넓어야 광고도 의미가 있다. 서비스가 안 되는 지역이 많으면 광고를 해봤자 의미가 없기 때문에 제대로 못하는 부분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쿠팡이 최근 신선식품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우려 사항이다. 쿠팡은 지난해 말 고급 신선식품 브랜드인 ‘프리미엄 프레시’를 출시한 후 과일 상품에 한해 별도의 ‘프리미엄 프레시’ 상표를 붙여 팔기 시작했다.
김익성 동덕여대 평생교육원장은 “배송 물류망을 확충하는 것 외에 인공지능(AI)이라는 전략적인 투자 대상이 또 나타났다. 앞으로는 AI가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대와 상품을 예측해주고 재고를 관리해주는 데 획기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다른 새벽배송 이커머스들이 앞다퉈 투자를 강화하고 있어 오아시스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재정적인 후속 투자가 지속되지 않으면 상장까지 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오아시스 관계자는 “언제든지 IPO 돌입할 수 있도록 우량 회사로 오아시스를 키워나가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시장 상황을 보면서 적절한 시기를 살피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내부적으로 2023년 하반기부터 물류 효율화에 집중하고 자동화 시스템 등을 고도화하고 있어서 이익률이 향상됐고 2024년 상반기부터는 신선 외에도 가공식품 등 수익성 있는 상품군들 라인업을 확장해서 추가적으로 수익성 개선이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