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 가능 여부 논란 속 보수 일각 “나쁘지 않아” 반응…법조계 “형사재판 구속 유지 시 가능성 커져”
“적절치 않다”는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이미 늦었다”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 등 여야 모두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정작 법조계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꽤 있다”고 점친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심리 진행 과정에 윤석열 대통령 측이 ‘공정하지 않다’며 강하게 반발해 왔던 터라 헌재 선고 무력화와 명예까지 고려해 선고일이 잡히는 시점 즈음 전격적으로 하야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야설의 시작은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밝힌 ‘중대결심’ 발언이었다. 헌재가 증인 채택 과정 등에서 공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중대결심을 할 수 있다”고 얘기한 것. 특히 이 결심이 변호인단 총사퇴에 그치지 않고, 윤 대통령이 하야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하야설’은 시작됐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현실적으로 고려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고려하고 있더라도 옳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윤 대통령 측 김계리 변호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야 같은 소리 입 밖에 꺼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일축했지만 보수 진영에서는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보수 논객 조갑제 씨는 최근 “윤 대통령이 어떤 계산을 할지 모르지만 전격 하야 성명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최종 임명권자’인 대통령은 예외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선출직인 대통령의 경우 재직 중 소추의 예외 대상인 이유도 바로 최종 임명권자이자 중요한 의사결정권자이기 때문”이라며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확정 전까지는 무죄 추정이 원칙이기 때문에 국회법은 대통령을 제외한 공무원들에게만 적용된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하야를 선택할 경우 정치적 혼란이 불가피해진다. 야권에서는 “하야는 불가능하니 헌재 탄핵 심판이 이뤄져야 하고 결과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권 일각에서는 “명예를 지켜줘야 한다”며 하야 선택을 인정해 줘야 한다고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
헌재 선고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핸 공방도 불가피하다. 하야를 인정하는 측은 심판 대상이 사라진 셈이기 때문에 탄핵 심판 역시 즉각 종료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정을 내리더라도 인용 또는 기각이 아닌 사건을 각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헌정사에서 이승만, 윤보선, 최규하 등 세 명의 대통령이 하야했지만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는 대통령의 하야 절차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헌법 68조에는 ‘대통령 궐위 때 또는 대통령 당선인이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출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하야를 인정하면 해당일 기준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하야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하야를 선언한 것이 ‘궐위’가 아니라고 보고 헌재 판단까지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차기 대선을 치러야 하는 60일에 대해 언제를 기준으로 잡을지 논란이 불가피하다.
아직 헌재 심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검토한 바 없다’고 입장을 내놓았지만 불명예스럽게 직을 상실하는 탄핵 인용 결과와 다르게 스스로 대통령직을 내려놓는 하야는 명예를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거론된다.
하야 시 윤 대통령은 임기를 채우고 퇴임한 전직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헌법 제85조와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등의 예우를 받는다. 형사 재판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관련법에 따라 연금을 지급받고, 각종 기념사업에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사무실과 보좌진도 지원되며 경호 및 경비, 본인과 그 가족에 대한 치료 등도 제공된다.
#변수는 ‘구속 여부’
법조계에서는 구속적부심 판단이 ‘하야’ 판단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2월 20일 오전 윤 대통령 측이 청구한 구속취소 사건 심문기일을 지정한 상태다. 오전 10시 같은 시각 예정된 윤 대통령의 첫 공판준비기일에 구속 취소 필요성에 대한 심문을 함께 진행하겠다는 것인데, 윤 대통령 측은 “구속 기한이 25일 밤 12시였는데 검찰은 지난달 26일 윤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다”는 주장이다.
형소법상 체포적부심사나 영장실질심사 등을 위해 법원이 수사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접수한 때부터 결정 후 검찰청에 반환할 때까지 기간은 구속 기간에 산입하지 않기에 검찰은 통상적으로 일수 단위를 계산했지만, 윤 대통령 측은 이를 시간 단위까지 계산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속 상태가 유지될 경우 하야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구속 상태가 유지되면 헌재에서 탄핵 인용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하야의 가능성이 더 높아지지 않겠느냐”며 “아직 2월 중순이지만 3월 초가 되면 ‘명예로운 퇴진’을 원하는 보수 세력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기에 하야설은 3월 초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