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8인 체제로 3월 중순 판결 유력…윤측, 장외 집회 등 불복 움직임

헌재는 2월 25일 변론 절차를 종결하기로 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20일 10차 변론을 마무리하며 “다음 기일은 2월 25일 오후 2시”라며 “양측 대리인의 종합 변론과 피청구인 당사자(윤석열 대통령)의 최종의견 진술을 듣겠다”고 고지했다.
2월 25일 변론에서는 증거조사를 거친 뒤 국회와 윤 대통령 대리인단이 2시간씩 최종 의견을 밝힐 시간을 갖는다. 대리인단 최종 변론이 끝나면 소추위원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이 각각 최후 의견 진술을 한다.
이렇게 변론이 종결되면 헌재는 재판관들이 의견을 나누는 평의를 열고, 최종적으로 표결하는 평결이 이뤄진다. 평결에서는 주심 재판관이 의견을 내고 후임 재판관부터 차례로 의견을 낸 다음 재판장이 마무리한다. 대통령을 파면하기 위해서는 재판관 6명 이상이 파면에 찬성해야 한다. 파면 여부 결론이 나오면 결정서를 작성한 뒤 선고를 하게 된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의 경우 최종 변론 후 각각 14일과 11일 만에 선고 결과가 나왔다. 앞서 사례에 비춰볼 때 3월 11일을 전후해 헌재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헌재 역시 완전체 구성을 위해 임명해 달라는 입장을 내고, 권한쟁의 심판에 속도를 내왔다. 하지만 최근 헌재 안팎 분위기는 마 후보자 임명은 뒷전으로 미뤄둔 것처럼 보인다. 권한쟁의 심판도 지난 2월 10일 변론 절차를 종결했지만, 선고기일을 정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점과 연관 지어 해석한다. 마 후보자가 탄핵심판 마무리 전에 취임해 헌재에 합류할 경우 새로 온 재판관이 기록을 확인하는 등 변론 갱신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 재판장이 요지를 설명하거나 열람하게 하는 방식으로 ‘간이 갱신’도 가능하지만 이 경우 청구인과 피청구인 측 동의가 필요하다.
민주당 소속 한 법조인은 “윤 대통령 측은 최대한 시간을 끄는 걸 목표로 한다. 그런데 간이 갱신에 동의를 하겠느냐”며 “마 후보자가 임명되면 변론 갱신을 위해 증거조사와 증인신문 등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를 받아주지 않으면 ‘변론에 참여하지 않은 재판관이 판결을 내렸다’고 정당성에 문제를 삼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재 스탠스를 두고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이 어느 정도 정리된 수순이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앞서 법조인은 “헌법재판관들은 계속 평의를 열어 의견조율을 한다. 그 과정에서 재판관들끼리 서로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헌재 탄핵심판 분위기를 보면 탄핵 인용은 어느 정도 확실해 보인다. 그러다보니 헌재에서도 괜히 윤 대통령 측과 여당에 ‘불복’ 빌미를 주느니 8인 체제에서 선고를 내리는 게 낫다 판단했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판결을 쉽게 받아들이겠느냐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계엄 선포 후 헌재 탄핵 심판에 이르기까지 계엄에 대한 불가피성을 일관되게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또 윤 대통령 측은 수사 절차, 헌재의 불공정성을 끊임없이 문제 삼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헌재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다. 당시 윤 대통령은 서울 한남동 관저에 머물 때였다. 하지만 공조수사본부에 의해 체포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자 헌재 변론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8차 변론까지는 윤 대통령이 피청구인석을 잘 지키다가 9차 변론에는 헌법재판소까지는 찾았다가, 재판정에 들어오지 않고 다시 서울구치소로 복귀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 윤갑근 변호사는 “대리인단과 회의를 통해 오늘 진행할 절차와 내용은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정리해 양측 대리인단이 의견을 설명하는 날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구치소로 복귀했다”며 “윤 대통령 본인이 직접 의견을 발표할 필요가 없고 대리인단에 일임하는 것이 원활한 재판 진행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하에 복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행 일정이 사전에 이미 공지됐었기 때문에, 헌재까지 나왔다가 다시 복귀하는 상황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10차 변론에서는 윤 대통령이 재판 시작 5분 만에 중도퇴정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증인신문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입정하기 직전 나가면서 두 사람은 마주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은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같은 재판정에 앉아있다”며 “대통령께서 국무총리를 지켜보는 게 국가위상에도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재판관과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일이었다. 윤 대통령 측은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고 퇴정한 것에 재판부의 양해를 구했다. 이후 한덕수 총리 증인신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다시 재판정에 들어와 홍장원 1차장과 조지호 경찰청장의 증인신문을 지켜봤다.
야권 관계자는 “아직도 본인이 대통령이라고 생각하고 사법부의 최고 기관을 상대로도 나가고 싶으면 나가고 하고 싶은 대로 멋대로 행동하고 있다. 그런데 헌재의 결정은 존중하고 받아들이겠느냐”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은 석 변호사를 통해 국민변호인단에 메시지를 전달했다. 메시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어른세대와 기성세대, 청년세대가 함께 세대 통합을 통해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데 힘을 써달라”며 “그렇게 하면 내가 빨리 직무 복귀를 해서 세대 통합의 힘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에서도 헌재의 탄핵심판에 불복하려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2월 20일 “졸속·불공정 재판 진행과 정치적 편향성 등 많은 국민이 헌재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며 “창립 37주년을 눈앞에 둔 헌재의 존폐가 염려될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더 나아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TF에서 써준 대본대로 읽는다’는 돌발 발언 뒤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며 “헌재 재판관은 꼭두각시이고 흑막 뒤에 헌재TF가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탄핵심판을 조정하는 게 아니냐는 국민적 비판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내란의 강’을 건너야 한다. 윤 대통령의 내란을 인정하고 진정 어린 사죄를 통해 윤 대통령과 절연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선을 긋기는커녕 헌재를 부정하고 탄핵을 반대하고 있다. 탄핵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열리면 갑자기 태도를 바꿀 수 있겠느냐”며 “이런 극우적인 모습이 이어진다면 국민의힘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판준비기일이었지만 윤 대통령은 직접 출석했다. 공판준비기일은 13분여 만에 끝이 나고, 곧바로 구속취소 심문이 진행됐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은 구속기한이 지난 뒤 윤 대통령을 기소했으므로 위법한 구속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정당했고,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검찰은 ‘유효한 구속기간 내 적법하게 기소했다’ ‘여전히 증거인멸의 염려가 크다’고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반박하며 구속취소 청구가 기각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