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해외시장 상반된 분위기 눈길 “장기적 성장동력 확보 위한 차별화 필요해”
2월 24일 음악 콘텐츠 스타트업 스페이스오디티의 '케이팝레이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2024 K-팝 세계지도'가 공개됐다. 케이팝레이더는 매년 글로벌 K-팝 트렌드를 심층 분석해 왔으며 이번 보고서를 통해서는 전 세계 K-팝 소비 흐름과 주요 아티스트들의 성과를 조명했다.

먼저 하이브 소속 걸그룹 가운데서 르세라핌은 2023년 대비 성장세를 보였으나 국내와 글로벌에서 각각 다른 양상을 보였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글로벌 팬층을 확장했으나 국내 조회수는 전년 대비 20.7%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상반된 흐름은 2024년 4월 불거진 하이브-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간의 분쟁이 국내 대중 여론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 시장에서 어느 정도 강세를 보이고 있긴 하나 주요 시장인 한국, 일본, 미국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추가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해당 분쟁의 중심에 서 있던 NJZ도 2023년 대비 관심도가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2024년 기준 하이브 소속 걸그룹 가운데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한국, 일본, 미국에서 전체 조회수의 47.5%를 차지하는 등 주요 시장에서 강한 존재감을 유지했다. 케이팝레이더 측은 "2023년과 비교했을 때 성장 속도는 둔화됐지만 여전히 글로벌 톱 걸그룹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최근 다양한 이슈를 겪은 만큼 앞으로 이를 극복하고 다시 한 번 강력한 성장세를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가수 태연은 전체 조회수에서 국내 비중이 47.2%로 나타났다. SM엔터 소속 여성 아티스트 가운데 가장 충성도 높은 팬층을 보유한 태연은 2023년 대비 조회수가 1억 2000만 회 가량 증가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K-팝 3세대 대표 걸그룹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레드벨벳은 조회수의 아주 큰 증가도, 아주 큰 감소도 없이 다소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케이팝레이더 측은 "레드벨벳 특유의 독창적인 콘셉트와 음악적 스타일은 여전히 팬들에게 사랑받고 있지만, 신규 팬덤의 유입이 활발하지 않다면 장기적인 성장 동력 확보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지난 한 해 동안 '슈퍼노바', '아마겟돈', '위플래시'까지 실험적인 콘셉트에도 불구하고 3연타로 성공을 이어간 에스파는 2023년 대비 약 8억 2000만 가량의 조회수를 추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강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한국이 전체 조회수의 26.9%를 차지하는 것으로도 나타나 다른 4세대 걸그룹과 비교했을 때 국내 팬층이 더욱 견고하게 형성된 그룹으로도 분석됐다.

있지 역시 2023년 대비 약간의 하락세를 보였으며 주요 소비층이 한국, 일본, 미국 외에도 다양한 국가에 분포돼 있는 것이 특징적으로 나타났다. 케이팝레이더 측은 "있지는 걸크러시와 퍼포먼스 중심의 콘셉트로 북미 시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유사한 콘셉트를 가진 그룹들이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된 것으로 분석된다"라며 "이에 따라 팬덤 유지가 쉽지 않은 상황이며 앞으로의 차별화된 전략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엔믹스도 2023년 대비 조회수가 다소 감소했다. 한국 시장에서의 비중은 26.9%로 나타나 국내에선 탄탄한 소비층을 확보하고 있으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글로벌 확장 전략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4세대 최상위권 걸그룹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아이브는 전체 조회 수의 30% 이상이 국내에서 발생했으며 일본에서도 13.7%의 비중을 기록해 한일 양국에서 강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또 (여자)아이들의 경우 2023년 대비 조회수가 소폭 감소했으나 한국에서는 여전히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2024년 K-팝 걸그룹 시장에서는 각 기획사의 특징과 소비 패턴이 명확하게 드러나 눈길을 끌고 있다. 먼저 하이브는 일본과 미국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강한 글로벌 영향력을 발휘, 전략적인 해외 시장 공략이 효과적이었음을 입증했다.
그간 국내 소비 비중이 특히 높았던 SM엔터는 에스파의 폭발적인 글로벌 성장으로 걸그룹 포트폴리오가 더욱 탄탄해진 모습을 보였다. 한국 중심의 소비에서 글로벌 확장을 지속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중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JYP엔터는 국내는 다소 주춤했으나 트와이스의 강력한 영향력 덕에 일본에서 지속적인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일본 시장에서 활발한 소비층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미국을 포함한 추가적인 글로벌 공략이 이뤄진다면 걸그룹 중심의 더욱 강력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최근 수년 사이 오너리스크를 포함한 각종 부정적인 이슈로 성장이 둔화돼 왔던 YG엔터테인먼트의 베이비몬스터는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인 조회수에서 타 걸그룹을 압도하는 성과를 보여 주목받고 있다. 케이팝레이더 측은 "아티스트의 각자의 개성과 조회 국가 비중을 고려해 차별화된 전략을 꾸리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