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지킨 린가드 선제골, 루카스 발리슛 추가골

남다른 분위기에서 열린 경기였다. 양팀은 연고지 문제를 두고 특별한 인연이 있다. FC 서울은 '안양 LG'로 불리던 시절 안양을 연고지로 사용한 역사가 있다. 그러다 현재의 서울로 옮겨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 안양팬들은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개막 이전 열린 K리그1 미디어데이에서도 양팀간 작은 설전이 이뤄지기도 했다.
자연스레 경기장 분위기도 특별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시즌 안양이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1부리그에 발을 내딛으며 양팀간 첫 리그 맞대결이 펼쳐졌다. 아직 2월을 넘기지 않은 시점, 영하를 넘나드는 추운 날씨에도 4만 1415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채웠다. 안양팬들도 이날 정오를 전후해서부터 경기장이 위치한 서울 마포구 일대에서 포착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안양팬들은 원정 응원석을 2층까지 채웠다.

이날 경기 전반 분위기는 서울이 고전하는 모양새였다. 안양의 내려앉은 수비를 좀처럼 공략하지 못했다. 안양은 꾸준히 집중력을 유지하며 서울의 공세를 막아냈다. 서울은 세트피스 장면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공격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도리어 이따금씩 나오는 안양의 역습에서 위협적인 장면이 나왔다. 개막전 결승골의 주인공 모따의 압도적 피지컬은 적은 숫자로도 안양이 공격을 전개할 수 있는 무기가 됐다. K리그 프로필상 모따의 신장은 193cm, 서울 수비수 야잔은 187cm였지만 실제론 더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느껴졌다.
승부수를 먼저 띄운 쪽은 서울이었다. 전반 27분 안양의 역습 장면에서 김진수의 경고가 나오자 곧장 U-22 자원 손승민을 외국인 공격수 루카스로 교체했다. 루카스는 손승범이 뛰던 왼쪽 측면에 그대로 자리했다.
전반 36분, 패스 플레이로 안양 문전까지 접근한 서울은 위협적인 슈팅을 만들어냈다. 슈팅의 주인공은 제시 린가드였다 린가드의 오른발 슈팅은 상대 골대 왼쪽으로 아쉽게 빗나갔다.
분위기를 끌어올린 서울은 의미있는 장면을 더 만들어냈다. 전반 40분 중원에서 공을 끊어냈고 루카스가 빠르게 드리블로 전진해 나갔다. 하지만 루카스의 슈팅은 안양 김다솔 골키퍼의 품에 가볍게 안겼다.
후반 시작 휘슬이 울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선제골이 터졌다. 기회를 잡은 쪽은 서울이었다. 린가드가 중원에서 전방으로 침투하는 정승원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정승원이 드리블을 하다 경합 상황에서 볼이 흐르자 린가드가 이를 슈팅으로 연결, 김다솔 골키퍼의 키를 넘겨 골망을 흔들었다. 선제골을 넣은 린가드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얼음 세러모니'와 자신 특유의 '피리 세러모니' 등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수비에서도 단단함을 보인 서울이었다. 후반 22분 안양 공격수 마테우스가 뒷공간 침투로 일대일 찬스를 잡는 듯 했으나 야잔이 스피드를 선보이며 막아섰다. 다시 맞은 수비 상황에서도 야잔은 다시 한 번 수비를 해내며 박수를 받았다.
반면 추격골이 필요한 안양은 전반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경기에 나섰으나 찬스를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에두아르도, 최성범이 후반 중반 투입됐으나 내용상 변화를 만들지는 못했다. 수비 상황에서도 서울이 공을 잡으면 전반에 비해 라인을 끌어올렸으나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결국 서울 쪽에서 추가골이 터졌다. 후반 33분 코너킥 상황에서 공이 한차례 좌측 후방으로 흘렀고 린가드가 이를 반대편 크로스로 연결했다. 이를 야잔이 기회를 엿보던 루카스에게 건넸고 루카스는 그림같은 발리슛으로 골문을 열었다.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안양이었다. 후반 추가시간, FC 서울이 후방에서 볼을 돌리는 과정에서 실수가 나왔고 최성범이 자신에게 찾아온 일대일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추격골 이후 안양은 기세를 놓치지 않았다. 빠른 역습으로 승점을 노렸다. 하지만 더 이상의 추가골은 터지지 않았고 경기는 2-1 서울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관중석 신경전도 만만치 않았다. 안양 팬들이 특유의 구호인 '수카바티 안양'을 외치자 서울 응원석은 야유와 함께 우렁찬 응원가로 응수했다. 선수들의 좋은 플레이가 나올 때면 관중석에서는 어김없이 큰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선수들도 관중석의 뜨거운 열기에 영향을 받는 모양새였다. 코너킥, 스로인 등 경기가 멈출 때면 적극적으로 관중석을 향해 환호를 유도했다.
치열한 경기였으나 마냥 부적적 반응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상대팀 선수들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를 하면 격려의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