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생산라인 멈춰도 매출 감소 미발생 시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 없어”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사내하청 비정규직 근로자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2012년 8월부터 12월까지 총 18차례에 걸쳐 약 994분간 울산공장 의장 라인 등 일부를 점거했다. 현대차는 생산 라인 정지 및 피해 복구 비용, 인건비, 보험료 등 손실이 발생했다며 참여 조합원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과 2심에서는 현대차 측 일부 승소로 판결이 났다. 하지만 대법원은 2023년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불법 쟁의행위로 생산량이 줄었더라도 매출 감소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되면 손해액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파기환송심에서 부산고등법원도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 경영계와 자동차업계 모두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월 13일 입장문을 내며 “회사의 연간 생산계획은 미확정된 단순 목표치로 시장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며 “생산계획 달성 여부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이 달라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의 공장 불법점거로 수백대의 자동차 생산차질이 발생하고 점거에 가담한 조합원들이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까지 받은 상황”이라며 “‘회사의 손해가 없다’는 판결을 파업당사자인 회사는 물론이고, 대다수 국민이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도 2월 16일 입장문을 내며 “형사상 불법행위가 인정되었음에도 이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부정하는 판결을 내리는 것은 이례적인 사안”이라며 “기업이 실제로 입은 손해를 간과한 결정이라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또 “연간 생산 목표가 달성됐다 하더라도, 계획을 초과하는 추가 생산 및 판매 기회를 상실한 부분은 회복할 수 없는 손해”라며 “불법적인 파업으로 인해 일정 시간 동안 생산설비가 가동되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기 소요된 고정비는 회복할 수 없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투입된 고정비와 인건비 또한 손해 산정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