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라이벌 전한길·황현필 등장, 곳곳서 다툼 벌어져 경찰 진땀…5‧18 음모론 가짜 뉴스 판치기도

2월 15일 오후 광주 금남로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찬성과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 버스 차벽을 사이에 둔 채 동시 집회를 벌였다. 보수성향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2시에 먼저 시작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석방하라”고 외쳤다. 주최 측은 모인 인원을 약 1만 명으로 추산했다.
광주 집회 참가자들은 전국에서 모인 것으로 보였다. ‘김천 0호차’ ‘구미 0호차’ 등이 적힌 깃발들이 여럿 보였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온 참가자들도 많았다. 경기 안양에서 왔다는 최 아무개 씨(30대)는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적법한 통치권 행사”라며 “광주도 진실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는 실로암 등 찬송가로 시작됐다. “빨갱이 사형” “멸공” 등의 거친 구호들이 이어졌다. 부모 품에 안긴 4∼6살짜리 아이가 가슴에 ‘STOP THE STEAL(부정선거를 멈추라)’ 스티커를 붙인 채, 현장에서 1세트당 1000원에 판매된 태극기와 성조기를 고사리 같은 손으로 꼭 쥔 광경도 볼 수 있었다.
최고 유명 인사는 공무원 시험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본명 전유관·54)였다. 그가 등장하자 참석자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전 씨는 연단에 올라 “오늘 우리는 갈등과 분열 대신 화합과 통합을 위해 모였다”면서도 “더불어독재당(더불어민주당)에 맞서 계몽령(계엄령)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을 즉시 석방해야 한다”고 외쳤다.

오후 3시에는 100여 개 시민단체가 모인 ‘윤석열정권 즉각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광주비상행동)’이 맞불집회를 열었다. 세이브코리아 집회 장소와 불과 약 100m 떨어진 흥국생명 빌딩부터 5‧18민주광장까지 거리를 메웠다. 이들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때처럼 응원봉을 흔들며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등을 제창했다.
광주비상행동은 모인 인원이 약 1만 명이라고 추산했다. 이 자리에선 전한길 씨와 학원가 경쟁 관계인 유명 한국사 강사 황현필 씨(52)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황 씨는 “광주는 민주주의의 대표 도시로 얼마든지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라며 “하지만 내란수괴 옹호는 나치 추종자와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탄핵 찬성 집회에 참여한 광주 서구의 박 아무개 씨(70대)는 1980년 5월 광주를 여전히 기억하는 남성이다. 그는 이 현장에서 서러움마저 든다고 했다. 박 씨는 “피로써 이룬 민주주의 사회에서 집회의 자유가 있다곤 하지만, 어찌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을 저토록 집단으로 옹호할 수 있나”라며 분노했다.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은 반대 집회를 겨냥, ‘이곳은 광주’라는 점을 부각하려고 했다. 거리 한편에 5‧18 민주화운동 당시 운행한 듯한 버스를 전시했다. 이 버스에 “산 자여 따르라”는 문구도 적었다. 5‧18 계엄군의 총기난사 지점인 전일빌딩 벽면에는 “광주가 지켜온 민주주의에 내란 선동 자유는 없다”고 쓰여 있었다.

탄핵 찬‧반 집회 시작 전부터 양쪽 참가자들의 마찰 우려가 컸었다. 다행히 인명피해가 발생할 정도의 충돌은 없었다. 그렇지만 욕설이 섞인 말싸움과 서로를 밀치는 상황은 잦았다. 일부 광주 시민들은 윤 대통령 지지자들 도발에 흥분을 못 감춰 분노를 드러내곤 했다.
어느 윤 대통령 지지자가 ‘이재명 구속’ 등이 적힌 옷을 입고 5‧18민주광장에 진입, 고성을 지르고 주변 시민들에 손가락 욕설을 해 큰 싸움으로 번질 뻔한 일도 있었다. 경찰 제지로 불상사는 막았으나 “저런 자들이 왜 탄핵 찬성 집회 장소까지 활보할 수 있도록 경찰이 가만히 있는 거냐”는 항의가 빗발쳤다.
이날 세이브코리아 집회 장소는 지하철 금남로4가역과 문화전당역 중간이었다. 집회 참가자가 금남로4가역에서 내렸다면 다행이었지만, 문화전당역에서 하차했다면 광주비상행동 집회 장소를 지나쳐야만 목적지로 갈 수 있는 구조였다. 양쪽 집회 참가자들이 서로 마주치는 상황이 많을 수밖에 없던 이유다.
세이브코리아 집회 참가자 상당수가 외지인인 점도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집회 참석자들 중 일부는 행사 시작 후 2시간쯤 지나 인근 상권·번화가로 진입해 시내 구경에 나섰다. 이들은 무리를 지은 채 골목에서 “빨갱이 몰아내자” 등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금남로 인근 한 편의점 사장은 “도대체 미국 국기는 왜 들고 다니는지 묻고 싶다”며 “심정적으로는 짜증나지만, 어떻든 손님이니 빨리 계산해주고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한 카페 사장은 “성조기 든 사람들이 이 근방에서 저들끼리 만남 약속을 잡아, 사람을 기다려야 한다더니 주문도 안 하고 가만히 앉아만 있다 갔다”고 토로했다.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 중 일부도 윤 대통령 지지자를 향해 “윤석열 탄핵” “김건희 구속” 등을 외치며 자극했다. 이처럼 집회 현장 바깥에서도 크고 작은 갈등이 계속 불거진 탓에, 경찰 기동대는 물론 교통경찰마저 “싸움 났다”는 시민들 말에 이곳저곳 다툼을 말리러 다니느라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5·18기념재단은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5·18 특별법)’ 위반 등으로 고발할 방침이다. 고발 대상이 주최 측인 세이브코리아가 될지, 집회에 참여한 특정 집단이 될지는 더 검토할 계획이다.
스카이데일리는 2024년 1월에도 5·18 특별법 위반으로 고발됐다. 이곳은 2023년 6월부터 수개월 동안 ‘5·18 진실 찾기’ 기사를 연재했다. 기사에는 △5·18 민주화운동은 폭동 ‘북한군이 계엄군 행세’ △계엄군에 의한 시민 살상은 없었음 등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포함됐다. 현재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고 있다.
광주=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