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타석 땅볼·볼넷 기록에도 “내 점수는 0점”…감독 “집중력이 더 좋아졌다”

LA 다저스는 오는 3월 18일과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메이저리그(MLB) 개막전으로 시카고 컵스와 ‘도쿄시리즈’를 갖는다. LA 다저스는 개막전 선발로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예고했는데 21일 올 시즌 첫 시범경기인 컵스전에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선발 투수로 등판해 1⅔이닝 3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27구였고, 직구 최고 구속은 155.5km/h가 나왔다. 한편 시카고 컵스는 개막전 선발로 이마나가 쇼타를 예고했다.
김혜성은 1회초 1사 1루에서 시카고 컵스의 모이세스 발레스테로스가 친 뜬공을 깔끔하게 잡아내며 빅리그 시범경기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냈다. 2회말 다저스가 2-0으로 앞선 무사 2, 3루 상황에서 첫 타석에 들어선 김혜성. 시카고 컵스의 선발 투수인 우완 코디 포팃의 초구 150.6km/h 공을 지켜본 김혜성은 1볼 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상황에서 4, 5구째 공을 연속 참아냈다가 6구째 몸쪽 낮은 코스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3루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4회말 2사 1루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김혜성은 바뀐 투수 브래드 켈러를 상대로 7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내 빅리그 시범경기 첫 번째 출루에 성공했다. 이후 5회초 수비에서 대수비와 교체된 김혜성은 한동안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다 이닝이 마무리되자 방망이를 챙겨 클럽하우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클럽하우스에서 곧장 웨이트트레이닝 룸으로 이동해 예정된 훈련량을 소화한 김혜성은 이후 한국 취재진 앞에서 빅리그 첫 시범경기를 소화한 소감을 “재미있었다”고 표현했다.

그래서 아쉬운 점이 무엇인지 묻자 김혜성은 “첫 타석이 중요했고, 마침 득점권 상황이었는데 그걸 살리지 못했다”면서 “무조건 희생플라이라도 치자고 마음먹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그게 아쉬웠다”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서의 스트라이크 존은 처음이라 공을 더 보려고 했다. 그나마 두 번째 타석은 더 집중하려 했고 (공을 많이 봤던 점에서)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김혜성은 메이저리그에서 처음 접한 변화구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밝혔다.
“변화구는 (KBO리그보다) 각이 조금 빠르게 꺾이는 느낌이었다. 타구 속도는 아직 큰 차이를 못 느꼈고, 잔디가 워낙 좋아서 괜찮았다. 관중석 분위기가 처음에는 엄청 시끄럽다가도 경기에 들어가면 (갑자기) 조용해져 또 다른 의미로 집중했다.”
KBO리그와 다른 콜 플레이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냈다. 1회초 뜬공 수비를 할 당시 김혜성은 야구장이 크게 울릴 정도로 “I got it(내가 잡을게)”을 외쳤다. 김혜성은 “키움 시절에는 그냥 ‘오케이’하거나 ‘마이볼’하면 되는데 여기서는 영어로 ‘I got it’을 외치라고 해서 한국에서 하던 대로 크게 외쳤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말미에 이날 자신의 경기 내용에 몇 점을 줄 수 있느냐고 묻자, 김혜성은 주저 없이 “0점이죠”라고 답한다. 취재진이 의외라는 반응을 나타내자 “오늘 아쉬운 게 있어서 그렇다. 아쉬운 게 있으면 0점을 주는데 오늘이 0점인 것 같다”라는 속내를 밝혔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과 관련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감독 특유의 ‘립서비스’일 수 있겠지만 김혜성이 스프링캠프 합류 후 보인 근면 성실과 열정적인 훈련 모습에 로버츠 감독은 깊은 인상을 받은 눈치다. 이날 경기 후에도 김혜성에 대해 “집중력이 조금 더 좋아졌다”며 칭찬의 메시지를 남겼다.
로버츠 감독은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이후 김혜성 관련된 질문을 받고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김혜성의 몸이 훨씬 좋다”면서 “우리 캠프에서 가장 체지방이 적은 선수 중 한 명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의 수비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혜성은 타고난 재능과 적응 능력이 뛰어나다. 이미 팀 동료와 코치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수비는 무척 매끄럽고, 공격적으로는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김혜성은 시카고 컵스와의 시범경기 직전에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다가 반가운 선수를 만났다. 2020시즌과 2021시즌에 롯데 자이언츠에서 활약했던 유격수 딕슨 마차도였다. 딕슨 마차도는 2021시즌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시카고 컵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휴스턴 애스트로스 등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 2025시즌을 앞두고 다시 컵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스프링캠프 초청 선수로 시범 경기에 나서고 있다.
김혜성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마차도와의 깜짝 만남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 “처음에는 누군지 몰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찾는 줄 알았다”면서 “나를 부른다고 해서 다가갔더니 마차도였다”고 설명했다.
“마차도가 롯데 있을 때 (경기 전 만나면) 서로 대화를 많이 나눈 터라 (MLB에서의) 깜짝 만남이 정말 반가웠다. 나한테 축하 인사를 건넸고, 고맙다고 답했다.”
김혜성은 앞으로 있을 시범경기에서 백업 멤버가 아닌 주축 선수로 자주 선발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다저스 구단의 한 관계자는 아직 결정되진 않았지만 김혜성이 ‘도쿄시리즈’를 위해 일본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최종 결정은 시범경기에서의 활약 여부다. 누구보다 그걸 잘 아는 김혜성은 앞으로 아쉬운 점이 없도록 경기에 나설 때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