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이후 극우 유튜브 후원금 급등…‘전광훈 아성’ 도전하는 유튜버들 속속 창업, 이권다툼 분석도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4년 12월과 2025년 1월 극우·보수 성향 유튜브 상위 10개의 슈퍼챗 총수입은 6억 576만 원으로 집계됐다. 대다수 채널의 슈퍼챗 수익은 윤 대통령 비상계엄 이후 두 배 넘게 급증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신의한수’(162만 명) 수입은 2024년 11월 5908만 원에서 12월 1억 2283만 원으로 늘어났다. 1월엔 1억 5850만 원을 기록했다. ‘홍철기TV’(52만 1000명)는 11월 2034만 원에서 12월 4559만 원으로 증가했다. 이 채널도 수익이 두 배 넘게 증가했다. 2025년 1월에는 6614만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10번째로 많은 구독자 수를 보유한 ‘이대남의 우회전’은 11월 184만 2521원에서 12월 319만 488원으로 증가했다. 1월에는 1173만 8184원을 기록했다.
그라운드 씨와 이대남의 우회전은 비상계엄 이후 극우 진영에 대한 영향력이 커졌다는 평가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를 보면 두 채널 운영자의 영상이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었다. 이 커뮤니티는 ‘탄핵 반대’와 ‘윤석열 수호’를 외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부정선거 음모론, 비상계엄, 헌법 재판관 등에 대한 음모론을 퍼뜨리는 창구라는 의혹을 받기도 한다. 극우·보수 집회에 찬동하거나 직접 참석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을 지지하는 게시글도 자주 올라온다.
두 채널의 구독자 수는 급증했다. 유튜브 분석 사이트 ‘블링’에 따르면 그라운드 씨 구독자 수는 약 50만 명에서 약 77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대남의 우회전도 비상계엄 이후 구독자 수가 가파르게 올라갔다. 11월 약 18만 명에서 2월 21일 기준 약 43만 명까지 증가했다.
슈퍼챗 수익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보수 유튜버들은 자신의 채널 소개란에 후원 계좌를 올린다. 슈퍼챗 외 후원금을 받기 위해서다. 유튜브 방송 화면 밑에 계좌번호를 표시, 후원금을 유도한다. 인터넷 사용을 어려워하는 고령층을 위한 방법이다. 고령층은 보수·극우 유튜브 주요 시청자다.
#‘탄핵 스타트업’ 우후죽순
대다수 극우 유튜버는 전광훈 모델을 따라가는 모습이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원로목사는 일종의 세계관을 구축하며 세를 확장하고 있다. 전 목사가 만든 ‘광화문 우파 7대 결의사항’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행동지침이 나와 있다. 일각에선 이를 통해 전 목사가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최근 탄핵 비즈니스 업계는 ‘광화문파’와 ‘여의도파’로 양분된 형국이다. 광화문파에는 전광훈 목사, ‘신의한수’ 신혜식 대표 등이 속해 있다.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 전한길 강사, 그라운드 씨 운영자 김성원 씨 등은 여의도파로 분류된다. 이를 두고 극우 세력이 이권다툼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의도파가 전광훈 목사 아성에 도전하는 구도다.

전한길 강사 발언도 문제가 됐다. 전 강사는 탄핵 반대 집회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발언을 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음모론을 비판한 과거 강의 영상도 주목받았다. 김대중·노무현·광주는 극우 유튜버들의 단골 공격 대상이다.
신 대표는 한 라이브 방송에서 ‘전한길 강사가 김대중·노무현에 대한 지지 발언은 삼가고, 전두환이 학살자라는 표현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탄핵 반대’ 응답률이 낮아지고 있는 것도 여의도파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갤럽이 2월 2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60%, 반대한다는 의견은 34%로 집계됐다(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유튜브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극우적 콘텐츠를 양산하는 채널이 우후죽순 생기면서다. 이들은 후원계좌와 슈퍼챗으로 기부금을 모으고 있다. 신의한수 같은 대형 유튜버들의 영상을 공유하고 탄핵 반대 집회 현장을 생중계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서부지법 폭동사건에 연루돼 구속되기도 했다.
‘탄핵 스타트업?’ 대통령 변호인단 배의철 변호사 행적 주목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광화문파는 윤석열 대통령 대리인단에 속한 몇몇 변호인을 비판하고 있다. 이들이 탄핵 비즈니스에 뛰어든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특히 배의철 변호사 과거 행적을 주목한다.
광화문파 지지여론이 강한 디시인사이드 ‘8240캘로부대 갤러리’에서는 대통령 변호인단이 탄핵 반대 집회 주도권을 빼앗아 갔다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배 변호사와 관련된 게시글도 포함됐다. 배 변호사는 과거 ‘자유지성’이라는 유튜브 채널과 커뮤니티 사이트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콘텐츠는 다른 극우 유튜버들과 유사하다. 이를 윤석열 대통령 국민변호인단 공식 유튜브와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제공했다.
이후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17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3만 명 넘게 증가했다. 조회수도 2월 11일 약 7000회 수준에서 약 19만 회까지 치솟았다. 슈퍼챗은 1월 약 36만 원에서 2월 약 575만 9219원으로 급증했다.
배 변호사는 ‘자유지성미디어’와 ‘프리진뉴스’ 창간에도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프리진뉴스 논조는 ‘탄핵 반대’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신빙성이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고 있다. 전광훈 목사처럼 전광훈TV, 자유마을, 자유일보 같은 유튜브, 커뮤니티, 언론 등이 연계된 세계관을 구축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일요신문은 2월 21일 문자와 전화로 관련 내용을 질의했지만 배 변호사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