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수사 의뢰 불구 여전히 착수 안 해…시민단체는 수사 담당자들 고발까지 검토 중

#“33조 8항 위반으로 수사 의뢰는 매우 드문 일”
건보공단은 2023년 6월 A 병원이 1인 1개소법 위반 의혹이 있다는 첩보를 인지하고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확보한 법인등기부 등의 증거를 토대로 ‘1인 1개소법 위반 소지가 있으니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목동에 소재한 A 병원은 이 아무개 대표원장이 운영 중이지만, 같은 이름을 쓰는 부평·강북·창원·부산·인천의 병원들은 의료법인 B 의료재단 산하에 있다. 그리고 이 의료재단의 이사장은 이 대표원장의 배우자(의사)고, 부평의 병원에는 이 대표원장의 동생이 근무 중이다. 건보공단은 목동 A 병원 의사들이 B 재단 산하 병원 진료에 투입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대표원장이 실질적인 오너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조사에 참여했던 보건당국 관계자는 “의료법 33조 8항(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 위반으로 여러 병원들이 현장조사를 받곤 하지만 수사 의뢰까지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현장 조사에서 A 병원은 수상한 점이 워낙 많다고 보고 이를 토대로 수사를 의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당국, 간납사 통한 수익도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
보건당국은 A병원이나 B재판 산하에 납품하는 MSO와 간납사도 수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품과 의료기기를 납품하거나, 콜센터 운영 및 광고대행 등을 해주는 MSO와 간납사는 보건당국 파악으로만 5곳이 넘는다. 이 가운데 이 대표원장이나 가족의 지분이 100%인 곳도 있다. 한 곳은 이 대표원장과 자녀 2명의 지분이 100%이고, 콜센터운영업체는 이 대표원장의 지분이 100%, 광고대행 및 상표권 임대서비스업을 하는 업체는 이 대표원장의 지분이 90%에 달한다. 또, 간납사 D 사와 E 사는 소속 업체직원들이 목동 A 병원에서 교차근무를 한 이력이 있다는 게 보건당국의 판단이다.
문제는 이들의 매출 기록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간납사들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꾸준히 만들어졌는데 이들 회사의 총 매출은 2008년부터 2023년까지 1300억 원에 달한다. 오너 일가가 지분을 사실상 모두 가지고 있는 만큼 횡령과 배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제대로 된 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선 보건당국 관계자는 “현장 조사에서는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제한적이고, 간납사들의 회계 관련된 자료는 일체 확인할 수가 없다”며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한 이유가 그런 지점까지 확인을 해 달라는 것인데 수사를 왜 하지 않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반면 해당 병원 측은 “목동 A 병원에는 간납사 등 다른 회사와 인력을 교차로 배치한 사실이 전혀 없고 의료진의 경우에만 급작스러운 의료인력의 공백이 발생하는 경우 목동 A 병원의 의료진이 일시적으로 다른 곳에 근무한 적이 있다. 이미 인천지방경찰청으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내용”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민단체는 “공정경쟁 없이 독점 계약으로 이뤄진 수익이 모두 이 대표원장 일가에게 갔을 수 있기에, 제대로 된 수사를 통해 확인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차례 이 대표원장 등을 고발 조치한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 이갑산 의장은 “과거 첩보로 시작됐던 사건과 달리, 이제는 보건당국의 구체적인 수사 의뢰가 있었기에 경찰에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 지지부진한 까닭
현재 사건은 인천경찰청의 불송치 결정을 거쳐, 용산서, 서초서에 배당됐다가 현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에 배당됐다. 2024년 7월 고발장을 접수했음에도 경찰은 제대로 된 고발인 조사도 없었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범사련 이갑산 의장은 “7월 사건 접수 후 한 차례 ‘수사 중’이라는 통지가 10월 중 온 것인 전부”라며 “그 뒤로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직무유기로 형사기동대장과 수사담당자들을 검찰에 고발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지적했다.
관련해 A 병원은 “의료기관을 중복 개설 또는 운영한 사실이 없으며 각 병원은 각자의 개설자에 의하여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수사기관에서 명백히 확인된 바 있으나, 그 후에도 무리한 고발 및 수사의뢰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라며 “그럼에도 이 원장은 추가적인 수사 의뢰 건에 대해 서울경찰청의 조사에 성실히 응했으며, 조만간 수사기관의 공정한 판단에 따라 무혐의 사실이 다시 한 번 밝혀질 것이라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경찰 광수단에 ‘왜 수사가 미진한 것인지’를 묻기 위해 담당자들에게 이메일과 통화, 문자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문의했지만 어떤 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의료법에 정통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최근 경찰은 인사를 앞두고 있어 예민한 상황이기 때문에 인사 전까지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는 특유의 보신주의가 발현되는 것 아니겠느냐”면서도 “1인 1개소법이나 간납사의 경우 법원에서 무죄가 난 경우들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기소가 능사는 아니지만 적어도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압수수색 등 수사는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의료법 등이 워낙 전문적인 성격이 있다 보니 경찰 수사가 쉽지 않은 것이라면 금융감독원 케이스처럼 건보당국에 특사경(특별사법경찰) 권한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1차 수사를 보건당국이 ‘특사경’ 자격으로 진행해 검찰 등에 곧바로 넘기면 세금 환수 등에서 더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 않겠냐”고 조언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