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사업들 매각으로 매출 급감, 야심찬 AI사업 시장선 물음표…SK네트웍스 “비주력 정리해 수익성 성과”

SK네트웍스 최대주주는 SK(주)로, 지분 43.9%를 보유하고 있다. 지배구조 상으로는 다른 SK그룹 계열사들처럼 SK 아래 있으나, 경영권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형인 최신원 회장이 갖고 있다. SK 전신인 선경을 설립한 인물이 최신원 회장의 부친 고 최종건 회장이고, 당시 선경그룹의 모태가 SK네트웍스(옛 선경직물)이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 입장에서는 큰아버지 회사를 사촌형에게 양보한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주)가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하되 경영권은 사촌 쪽에 보장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업부문 팔고 또 팔고…
2023년 연결 기준 매출액이 9조 1339억 원이었던 SK네트웍스는 지난해 매출이 7조 6573억 원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7% 늘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SK렌터카 관련 매출을 2024년은 물론 2023년 실적에서도 제외했기 때문이다. SK렌터카 실적을 빼고 보면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늘었다는 얘기다.
SK네트웍스는 이런 식으로 실적을 정정해 공시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매출이 매해 역성장하고 있다. 2021년 매출 11조 원대에서 2022년 9조 6000억 원대, 2023년 9조 1000억 원대 등으로 지속해서 감소 중이다.
이는 사업부문을 계속 매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패션사업부 매각에 이어 2017년 액화석유가스(LPG) 사업과 유류도매사업을 매각했고, 2020년 상반기에는 직영주유소 사업을 코람코자산신탁과 현대오일뱅크 컨소시엄에 약 1조 3000억 원 가격에 매각했다. 같은 해 하반기에는 서울 명동 사옥을 900억 원에, 제주도 골프장 SK핀크스를 3000억 원에 팔았다. 2022년에는 매각은 아니지만 철강 트레이딩 사업을 완전히 접었다. 이후 SK매직의 가전 사업 일부를 경동나비엔에 매각했다.
사업 부문을 매각하는 동시에 강화한 것이 렌털 사업이다. 2016년 동양매직(SK매직)을 인수했고, 2018년엔 AJ렌터카(현 SK렌터카)를 품에 안았다. SK렌터카를 통해 차량용 렌털 플랫폼 시장을 잡고, SK매직을 통해 가전기기 렌털 플랫폼을 공략하겠다는 그림이었다. 단순히 하나의 렌털 사업에 그치지 않고 차량과 가전을 기반으로 점점 더 플랫폼 사업을 확장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문제는 돈 되는 사업을 연이어 팔아버리면서 수익성이 약해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367억 원으로 전년 대비 71.5% 증가하긴 했지만 이는 비용 통제 때문이었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SK매직은 마케팅비 집행을 통한 점유율 확대보다는 재렌털 고객 확보를 중점 관리 사항으로 뒀고, 정보통신 사업은 물류 등 비용 절감으로 이익을 늘렸다는 설명이다. 4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나아졌다고는 해도, 2024년 전체적으로는 영업이익 또한 역성장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139억 원으로 2023년(2373억 원)의 반토막 아래로 떨어졌다.
또 다른 문제는 사업부문 매각이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자동차 정비 사업을 하는 스피드메이트와 트레이딩 사업부를 각각 SK스피드메이트, SK트레이딩으로 물적 분할했다. SK네트웍스는 SK스피드메이트 매각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SK렌터카를 매각한 만큼 SK스피드메이트 또한 팔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SK스피드메이트는 2023년 기준 매출이 3568억 원, 영업이익이 177억 원이다. SK스피드메이트 매각 시 매출은 수천억 원 더 감소하게 될 전망이다.
#회사 측은 AI사업 성공 자신
SK네트웍스는 AI사업으로 성장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최성환 사장은 지난해 2월 개최한 기업설명회(AGM)에 직접 참석해 “AI 민주화로 2026년 영업이익 3배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아이엠증권은 ‘AI 전환(AX) 수요 확대 시대 수혜 가능할 듯’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함으로써 이 같은 회사 측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
아이엠증권과 SK네트웍스 발표 자료를 보면, 가장 기대할 만한 자회사가 지난해 4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피닉스랩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출신 인재들이 다수 합류했다고 알려진 피닉스랩은 지난해 말 국내 최초로 의약학 전문 생성형 AI 솔루션인 ‘케이론’을 론칭했다. 케이론은 펍메드(PubMed), 클리니컬 트라이얼즈(Clinical Trials) 등 외부 학술 데이터와 기업 내부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데이터화했다. 이를 통해 제약업계가 논문 검색부터 임상시험 디자인 등 연구와 개발 전 과정에서 케이론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상헌 아이엠증권 연구원의 분석이다.
2023년 인수한 데이터 솔루션 기업 엔코아와 지난해 초 투자한 AI솔루션 개발업체 업스테이지 또한 회사 측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엔코아는 데이터 설계부터 활용까지 가능한 데이터웨어(DATAWARE)가 국내 유수의 기업 및 기관으로부터 데이터 관리 체계 시스템 구축에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고 업스테이지는 프라이빗 대형언어모델(LLM)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SK네트웍스의 AI 사업은 물음표가 붙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그리고 내년 SK네트웍스의 영업이익이 1000억 원대 중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네트웍스의 AI 사업 성공을 낙관하는 아이엠증권조차 최성환 사장이 ‘영업이익 3배 달성할 것’이라고 밝힌 2026년에 영업이익이 1500억 원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최성환 사장이 SK네트웍스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시점이 SK네트웍스 매수 타이밍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 사장은 SK네트웍스 지분을 3.17%까지 늘렸다가 지난해 초 70만 주(0.32%)만 남기고 다 매각한 바 있다. 그 전에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SK 주식 48만 주(1346억 원 상당)를 증여받은 바 있는데, 증여세 납부를 위해 SK네트웍스 지분을 판 것이다.
최성환 사장은 2021년 196억 원을 투입해 SK네트웍스 지분 1.45%를 확보하면서 개인 최대주주에 올랐다. 첫 등장 이후 120여 차례에 걸쳐 주식을 조금씩 매수하다가 갑자기 팔아버렸다. SK네트웍스 주가 전망이 부정적인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있었다. 다만 SK네트웍스는 최 사장이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한 관심이 깊다고 해명하고 있다. 언제든지 다시 SK네트웍스 주식 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긍정적인 예측도 나오고 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지난해 이호정 대표이사를 주축으로 미래 방향성에 맞지 않는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사업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재무구조를 탄탄히 하고 수익성을 향상시키는 성과를 거뒀다”며 “경영환경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관련 사업은 단순하게 매출 증대가 아닌, 기존 사업에 AI를 접목해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나아가는 데 목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민영훈 언론인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