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디즈니+‘하이퍼 나이프’ 4월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연이어 등판

지난 설 연휴 기간 공개된 ‘중증외상센터’는 예상을 크게 웃도는 성공을 거뒀다. 기세등등하던 ‘오징어 게임 시즌2’를 제치고 비영어권 글로벌 순위 1위에 올랐다. 넷플릭스 시청 순위 사이트인 투둠이 1월 27일∼2월 2일까지 집계한 결과 1190만 시청수를 기록하며 ‘오징어 게임 시즌2’를 밀어냈다.
이 작품 출연진도 다시 주목받았다. 배우 주지훈은 주연을 맡았던 좀비물 ‘킹덤’ 시리즈로 글로벌 흥행을 일구며 넷플릭스 라인업에 K-콘텐츠를 정착시킨 주역이다. ‘중증외상센터’에서 빼어난 실력과 세련된 스타일로 어필한 주지훈은 다시금 ‘섭외 1순위’로 발돋움했고, 그의 곁을 지키는 전공의로 분한 배우 추영우는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또 다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디즈니+는 배우 설경구, 박은빈이 주연을 맡은 의학 드라마 ‘하이퍼 나이프’를 3월 공개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변호사로 분했던 박은빈이 도전하는 첫 의학물이다. 극 중 천재 의사 세옥 역을 맡고, 그에게 시련을 안겨준 스승 덕희(설경구 분)와 대립한다.

공개를 앞둔 의학 드라마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다. 박은빈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성공가도를 걷고 있기 때문에 그가 차기작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지난해 12·3 비상 계엄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인해 의료 개혁을 적극 추진하던 정부의 움직임이 주춤하고, 정치권과 의사들의 대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끼쳤다.
여기에 ‘중증외상센터’ 속편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직 넷플릭스가 공식적인 입장을 내진 않았지만 현재까지 거둔 성과를 고려했을 때 시즌2 제작 착수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방송가에서 의학 드라마는 ‘평균 이상의 성공을 보장하는 콘텐츠’라 불린다. 그만큼 대중적 지지도 높다는 의미다.
‘하얀거탑(2007)’, ‘뉴하트(2007)’, ‘굿 닥터(2013)’, ‘닥터스(2016)’를 비롯해 ‘낭만닥터 김사부’(2016∼2023)는 시즌3까지 제작됐다. 각 작품의 주연을 맡은 배우 김명민, 지성, 주원, 김래원, 한석규 등도 해당 작품으로 다양한 상을 받으며 주가를 높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5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거두며 ‘국민 사극’으로 불렸던 ‘허준’(1999)과 ‘대장금’(2003) 역시 의학을 소재로 삼았다.
이는 결국 공감의 힘이다. 생명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뛰어난 의술을 발휘해 환자를 구하는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응급 상황에서 의사는 환자와 보호자가 유일하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히어로인 셈이다. 게다가 사고와 발병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수술대에 오르는 상황은 누구라도 겪을 수 있다.
게다가 의학 드라마는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된다. ‘하얀거탑’은 의학 드라마의 탈을 쓴 정치 드라마라는 평을 받았다. 의료 행위 외에도 더 높은 곳으로 향하기 위해 내부 정치에 몰두해야 하는 의사들의 인간적 고뇌를 심도 깊게 다뤘다. ‘뉴하트’와 ‘닥터스’는 의사들의 연애담과 의학물의 장점을 골고루 섞었다. ‘굿 닥터’는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의사를 내세워 주목받았고, 그 결과 미국 시장에서 리메이크된 바 있다.
의학 드라마는 큰 틀에서 ‘판타지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 ‘중증외상센터’에서는 주인공 백강혁이 초인과 같은 힘을 발휘하며 고난도 액션까지 불사한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장기 기증자가 나타나 목숨을 구하고 병증이 심해 실낱같은 희망만 갖고 있는 환자,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매는 부상자가 소생하는 과정은 그 어떤 판타지 드라마보다 극적이다. 이렇듯 각 의학 드라마는 대중의 원하는 의사상을 제시한다. 이는 살아있는 영웅담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주목도가 상승할 수밖에.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