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 ‘헌재 흔들기’는 보수 가치 위배…합리 보수 대선 후보 나오면 내 역할 다할 것”
김상욱 의원은 지역구인 울산시당 내부에서도 반발과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지난 14일 “옳음을 추구함에 값을 치러야 한다면 달게 받겠다”는 말을 남긴 채 울산시당위원장에서 사퇴했다. 이후 한동훈 전 대표의 활동 복귀가 가시화하면서 친한계로 분류되는 김 의원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요신문i’는 김 의원을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처한 상황과 입장을 들었다.

—요즘 국민의힘 당 지도부가 윤 대통령 탄핵 반대, 헌법재판소 흔들기로 보수 지지층 결집에 집중하고 있다. ‘탄핵 찬성 소장파’로서 처한 상황은 어떤가.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도부에 들어온 뒤 당에서 가장 중요하게 얘기하는 것이 좋게 말하면 ‘안정’, 나쁘게 말하면 옳고 그름을 떠난 ‘철저한 단결’이다.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의원들이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 지금 당 안에서 탄핵 찬성 목소리를 내면 추후 선거에서 공천을 받는 것이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다.”
—당 지도부가 헌법재판소를 잇달아 항의 방문한 데 이어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움직임까지 있다. 탄핵 심판을 어떻게든 지연시키려는 당의 전략을 어떻게 보는가.
“‘법치주의·헌정질서를 수호한다’는 우리 당의 이념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보수의 가치는 ‘자유민주주의 수호’ ‘헌정질서 수호’ ‘법치주의 수호’다. 헌법재판관·헌법재판소가 명백히 잘못을 했다면 지적해 올바르게 만들어가야 하지만 현재까지 제기된 여러 의혹 중 잘못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대부분 당에서 제기한 의혹이나 부풀리기 또는 거짓 선동이었다. 정통 보수를 추구하는 우리 정당에서 거짓 선동이나 부풀리기, 의혹 제기 등으로 헌법재판소를 흔드는 것은 보수의 가치에 반하는 행위다.”
—지난 14일 울산시당위원장을 자진 사퇴했다. 지역에서 압박이 있었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에는 이권 공유라는 것이 있다. 나는 현재 지역에서 철저히 고립됐다. 지역 시·구의회 의원들은 내게 등을 돌렸다. 자발적으로 등을 돌렸다기보다 당의 여러 압박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나의 탈당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 나섰던 분들 중 일부는 사전에 나를 찾아와 ‘이렇게 안 하면 지역에서 버틸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탈당 요구 기자회견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어쨌든 지금은 지역에서 철저히 고립돼 있긴 하다.”
—김 의원은 대표적인 친한계 의원으로 분류된다. 한 전 대표가 활동을 재개하면 당에 어떤 영향이 예상되나.
“당의 노선 방향에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생각한다. 당이 지금처럼 강성 지지자들에게만 기대서 갈 것인지 아니면 당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보수정당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려는 쇄신 노력을 할 것인지 방향성의 문제만 남았다.”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당 지도부나 중진 의원들의 저항이 크지 않겠나.
“저항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회의원들은 지위를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선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데 한 전 대표가 ‘당을 쇄신하겠다’ ‘정통 보수 가치를 새로 정립하겠다’고 나서면 지금까지 강성 지지층에만 기댔던 분들은 본인 자리에 대한 위협으로 느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보다 한 전 대표를 더 싫어할 것이다.
—친한계 모임으로 알려진 ‘언더73’은 구성원 규모가 얼마나 되나. 지난 7일 첫 세미나를 가진 뒤 더 활동이 있었는지.
“언더73이 친한동훈계 모임은 아니다. 친한계가 많을 뿐이다. 언더73은 나와 박상수 국민의힘 인천서구갑 당협위원장, 류제화 국민의힘 세종갑 당협위원장 등 3명이 만들었다. 만든 목적은 국민의힘 안에서 보수의 가치를 지향하며 바른 보수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현재 핵심멤버 3명에 더해 20명 정도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이 있다.”
—한동훈 전 대표가 조기 대선 준비를 본격화한다면 김 의원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난 당에서 지금의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당의 가치가 보수가치·헌정질서·법치주의·자유민주주 수호라는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그걸 못하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또 목소리를 낼 것이다. 만약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강성 극우가 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없을 것 같다. 그런 분을 지지할 순 없다. 하지만 합리적인 보수를 지향하는 분이 후보로 나오면 그 후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할 것이다.”

“그런 건 생각 안 하고 있다. 왜냐하면 내가 당 안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 안 쫓겨나고 버티는 것만 해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우리 당에 소장파 목소리가 많이 사라진 이유는 유승민 전 의원이 배신자로 낙인 찍히면서다. 나까지 그렇게 무너지면 보수 쪽에서 다음에 비슷한 일이 있을 때 소장파들이 나올 수 있겠나.”
—마지막으로 지역구나 상임위(여가위·농해수위)에서 성과를 낸 의정 활동을 소개한다면.
“지역구는 선거 공약으로 걸었던 △울산 남구 삼호동 고도제한 완화 △울산 남구 신정1동 국토교통부 뉴빌리지 사업 선정 △울산 남구 행정안전부 특별교부세 20억 원 확보 등을 이뤄냈다. 상임위에서는 양육비, 딥페이크 관련 법안 등 신속 처리가 필요한 법안을 여성가족위원회 민주당 간사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협력해 여야 합의로 원만히 통과시켰다. 또 20년간 숙원사업이었던 소방안전교부세 비율을 명문화한 ‘지방교부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했다. 이밖에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 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